[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전국 2800개 학교 급식 중단
광화문광장 메운 비정규직 노동자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합원 6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가운데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비정규직 철폐와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민노총은 5일까지 파업 대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학교 급식 종사자가 총파업에 들어간 3일 낮 12시. 서울의 한 초등학교 정문은 오전수업만 마치고 나온 학생과 학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평소라면 급식을 먹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총파업으로 조리사들이 자리를 비우게 되자 학교는 ‘단축수업’을 했다. 3학년 자녀를 기다리던 ‘워킹맘’ 윤모 씨(40)는 “집에는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연대(학비연대)의 총파업 첫날부터 학교 현장은 ‘급식대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벌인 파업의 불똥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튀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급식 대신 마련된 빵과 우유를 먹으며 “소풍 온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 걱정에 온종일 발을 굴러야 했다.
○ “파업으로 인한 교육 공백, 피해자는 학생들”
식중독 위험이 높은 더운 날씨에 급식이 파행되는 것을 두고 경기 부천시의 한 학부모는 “도시락 반찬이 다 쉬어버릴까 봐 걱정”이라며 “사흘 내내 무얼 싸줘야 안전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 주부커뮤니티에는 “애들이 빵 먹고 오후까지 어찌 버틸까 싶네요”, “빵이 나온다니 아침을 든든히 먹여 보낼 예정입니다”라며 걱정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특히 ‘붉은 수돗물’ 사태로 급식대란을 먼저 겪었던 인천 지역 학부모들의 반발이 컸다. 서구 검단·검암 지역 학부모들은 “6월 내내 부실한 급식을 했는데 이제 파업으로 대체 급식이 이뤄지는 학교가 생겼다. 정말 아이들만 고생을 한다”는 글을 맘 카페에 올렸다.
파업 참여자와 다른 목소리를 낸 급식 종사자들도 있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40대 급식종사자 A 씨는 “빵으로 끼니 때울 학생들이 눈에 밟혔다”며 “내 월급 올리자고 급식을 손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 학교·학부모, 도시락 주문하며 숨 가쁜 하루
서울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1000여 명 학생 수에 맞게 빵과 음료를 준비하지 못할 뻔했다”며 “업체마다 물량이 없다고 해 5, 6번 시도 끝에 가까스로 조달했다”고 전했다. 서울 중구의 초등학교에선 영양교사를 제외한 급식 종사자 4명이 모두 파업에 참여하는 바람에 소보루빵, 과일주스, 초코 브라우니, 푸딩으로 구성된 간편식을 제공했다. 당류가 40g이 넘는 불균형 식단이었지만 급식 공백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어떤 학생들은 “브라우니가 맛있다”며 친구들과 장난을 쳤지만, 일부는 “빵은 목이 막혀서 많이 남겼고, 밥을 먹고 싶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급식 없이 단축수업을 진행한 학교에선 학부모들이 단체 김밥을 마련하는 일도 벌어졌다. 곧장 귀가하지 않고, 돌봄교실이나 학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 “노동자의 권리 응원” 파업 지지 목소리도
불편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파업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주장도 나왔다.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돌봄, 급식 등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꼭 필요한 곳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수연 sykim@donga.com·김소영·강동웅 기자·박나현 인턴기자 고려대 철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