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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0’ 정책이후 정규직 전환 갈등 확산

입력 | 2019-07-04 03:00:00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사상초유 총파업 강행 배경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0) 정책’이 주요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노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가 던진 ‘비정규직 제로’ 약속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공공부문에서 더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틀째인 2017년 5월 11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정부는 2020년까지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고 올해까지 17만7000명을 전환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정규직 전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 숫자에만 집착하고 내용은 부실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정규직 직접 고용 △무기계약직 전환 △자회사 정규직 고용 등 세 가지 방식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각 공공기관이 상황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정부는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고용도 정규직 전환의 일종이라고 판단하고 공식통계에서 정규직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직접 고용’이 아닌 무기계약직과 자회사 고용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반 정규직보다 처우가 낮은 ‘무늬만 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이번 학교 비정규직 파업은 무기계약직에 대한 낮은 처우로 갈등이 불거진 대표적 사례다. 학교 비정규직은 2017년부터 무기계약직이 됐지만 임금은 9급 공무원의 69%(기본급 167만 원)다.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협상에서 9급 공무원 임금의 80% 수준이 되도록 기본급 6.24% 인상을 요구했다. 또 ‘교육공무직’을 법제화해 신분을 명확히 하고 교육공무원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도서관같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 비정규직과 전국 고용센터의 직업상담원도 무기계약직이지만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동참했다.

정부는 노동계의 이런 요구가 무리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무기계약직은 엄연한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으로 일단 고용 안정을 이룬 뒤 처우는 점진적으로 높이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인데 노동계가 성급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 고용을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를 설립해 요금소 수납원 약 6500명을 고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직접 고용을 요구한 1400여 명을 1일 모두 해고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가스공사 등도 자회사 고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과 민간 위탁을 맺은 민간회사 노조 112곳은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라고 요구하는 등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근로조건이나 직장문화 개선 등과 관련된 로드맵을 만들지 않았던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성열 ryu@donga.com·전주영 기자·안동준 인턴기자 건국대 행정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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