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 목록 나돌고 관광 보이콧도 전문가 “양국 감정만 더 악화… 한국기업에 되레 타격 줄것”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 환영식에서 ‘8초 악수’만 한 뒤 등 돌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오사카=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일본 정부가 한국을 겨냥해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 강화’를 발표한 것을 두고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이런 반응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 경제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 글 작성자는 “국민들부터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및 일본관광 불매로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는 (일본의) 경제 제재와 관련해 관세 보복 관광 금지 또는 수출 규제 등 방법을 찾아 달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3일 오후 10시 30분까지 9808명이 참여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일본 기업들 명단을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나르며 이들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불매운동 대상 일본 기업으로는 소니와 니콘 등 전자기기 기업뿐 아니라 유니클로와 세븐일레븐, 닛산 등 90여 곳이 거론됐다.
일본으로 여행을 가지 말자고 주장하는 누리꾼들도 적지 않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약했던 일본 관광을 취소했다는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두 달 전 일본 여행을 계획했다는 한 누리꾼은 2일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 “일본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오늘 (관광을) 취소했다”며 “항공 취소 수수료 24만 원을 시원하게 지불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누리꾼들의 이런 움직임이 한일 양국 간의 감정을 더 악화시키고 일본 기업과 연관된 한국 기업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면 그 제품의 제조와 유통에 관여된 한국 회사와 직원들까지 피해를 본다. 감성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국익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