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3일 열린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유근형 산업1부 기자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할 제6차 고위당정청협의회가 열린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 회의 종료 후 직접 브리핑에 나선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말미에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이슈를 슬그머니 꺼냈다. 조 의장은 “이번 상황을 차제에 우리 반도체 사업에 있어서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 원 수준의 집중투자를 추진하고 있고, 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중이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예비타당성 조사가 얼마만큼 진행됐고, 구체적인 예산 투입 시점은 언제인지 등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이날 발표를 두고 “불행 중 다행”이란 반응도 나오지만 ‘졸속 발표’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정부가 집중 투자를 약속한 100대 핵심 소재에는 일본 수출 규제로 문제가 된 반도체 소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1조 원을 모두 반도체 소재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인데, 생색 내기용 정책 발표를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해도 될까 말까 한다. 그런데 정부 투자 액수 정도로 되겠는가”라며 “그걸 어느 회사에 어떻게 지원할지, 인력은 어디서 구할지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9800억 원씩 총 1조96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R&D 예타를 추진했지만 1차 관문인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반도체’라는 동일 키워드로 양쪽 부처가 각각 신청한 것이 탈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후 산업부와 과기정통부가 범부처 공통으로 사업을 재추진한 끝에 올해 4월 최종 예타를 통과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주력했던 반도체 관련 R&D도 이렇게 엇박자가 났는데,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소재 관련 R&D가 빠르게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일이 터질 때마다 나오는 졸속 대책에 애꿎은 기업만 고스란히 ‘각자도생’ 길로 내몰리고 있다.
유근형 산업1부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