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해커톤’ 아이디어 반짝 우승한 서울대-홍익대 연합팀 시민들 느끼는 불쾌감 정도와 실제 먼지농도 차이 데이터화 준우승팀 “먼지 절감제품 사용때 마일리지 제공해 참여 유도” 제안
지난달 ‘서울 미세먼지 해커톤’에서 우승한 ‘먼지가 먼지’팀의 한지숙 박소현 염수현 씨(왼쪽부터). 가운데 들어 보인 게 시민들이 실제 느끼는 미세먼지 불쾌감을 측정하는 기구다. ‘먼둥이’라 명명한 캐릭터 뒤에는 미세먼지 간이 측정기를 달고 앞에는 터치스크린을 부착해 설문조사를 하는 방식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많은 사람이 토로하는 흔한 불만이다. 서울대 조경학과에 재학 중인 한지숙 씨(22·여)도 그랬다. ‘체감하는 미세먼지와 공식 발표된 미세먼지 상태가 왜 다를까’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그는 특히 조경학 전공이라 수업 시간마다 미세먼지 얘기를 듣곤 했다. ‘공원녹지계획’ 같은 전공수업에서는 특정 지역 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게 강의이자 과제였다.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수록 사람들이 갖는 실질적인 불쾌감을 최소화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들이 낸 아이디어의 핵심은 미세먼지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와 실제 미세먼지 농도의 차이를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먼저 미세먼지 간이 측정기가 달린 터치스크린 방식의 설문조사 기구를 유동인구가 많은 버스정류장 곳곳에 비치한다. 우선 사람들의 불쾌감을 물은 후 실제 미세먼지 농도는 어떤지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답했는지도 보여준다. 불쾌감과 실제 미세먼지 농도의 차이가 크다면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분석한다. 그들은 온도, 습도 등 주로 기후 요소를 분석하자고 제안했는데 심사위원들은 심리 상태를 불안정하게 하는 출근시간, 특정 장소 등 외부 요소를 두루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박 씨는 “지금까지는 미세먼지 대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는데, 우리는 시민이 참여하는 쌍방향의 소통에 초점을 맞췄다”며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미세먼지 체감 수준과 실제 농도의 괴리가 클수록 사람들은 미세먼지 정책을 불신하고 그만큼 정책 효과는 떨어진다.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정부기관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 때문인지 준우승 팀도 미세먼지 저감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마일리지를 제공해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승을 차지한 학생들은 전공이 조경학인 것도 고민을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정부기관들이 쉽게 내놓는 미세먼지 대책이 나무 심기인데 과연 나무를 심는 게 미세먼지 저감에 효율적인지에 대해 관련 전공자로서 의구심이 많았다는 것이다.
아직 젊은 학생들이니만큼 그들의 아이디어는 여러모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염 씨는 “우리가 제안한 설문조사 기구를 아파트단지에 비치한다면 환경 정화 정책을 짜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인석 서울기술연구원장은 “의미 있는 아이디어인 만큼 서울시에 정책 제안도 하고 사업화도 돕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대응을 잘한다고 자부하지만 시민들이 알아주지 않아 걱정인 서울시도 고민을 해결할 실마리가 나왔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김의승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시민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