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마크롱 절묘한 타협 獨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내정… 7남매 엄마, 여성친화 정책 펴와 ECB 총재엔 佛출신 라가르드… IMF 총재로 남미 경제위기 대처
인구 5억 명을 이끌며 ‘유럽합중국 대통령’으로도 불리는 임기 5년의 집행위원장 후보에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61)이 내정됐다. 이달 중 유럽의회 표결을 통과하면 EU 최초 여성 집행위원장이 된다. 프랑스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63)도 8년 임기의 ECB 총재로 지명됐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인선을 발표하며 “여성의 유럽이 됐다. 매우 기쁘다”고 했다.
EU 행정 및 금융 수장으로 활약할 둘은 각자 커리어에서 여러 차례 ‘여성 최초’ 타이틀을 꿰찼다. 부친이 외교관인 폰데어라이엔은 1958년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났다. 13세 때 귀국했고 프랑스어 영어 등 여러 언어에 능통하다. 독일 하노버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산부인과 의사 출신으로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의해 정계에 입문했다. 2005년 가족여성청년장관, 2009년 노동장관 등을 거쳐 2013년 독일 최초 여성 국방장관이 됐다. 직물재벌 상속자인 남편 하이코 폰데어라이엔(64)과 결혼해 2남 5녀를 뒀다. 넷째와 다섯째는 딸 쌍둥이다. 보육시설 확충, 남성 유급 육아휴직 등 여성친화적 정책을 펴 왔다.
폰데어라이엔 발탁은 EU ‘빅2’ 독일과 프랑스가 절묘한 타협을 이룬 결과로 풀이된다. 5월 말 유럽의회 선거 이전부터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인이 집행위원장에 앉아야 한다”며 만프레트 베버 유럽국민당(EPP) 의원을 내세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위원을 원했다. ‘제3의 인물’ 프란스 티메르만스 전 네덜란드 외교장관이 등장했지만 그가 동유럽 사법권 부패를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가 반대했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폰데어라이엔 카드를 꺼냈고 메르켈 총리가 수용해 전격 타결됐다.
EU 정상들은 투스크 상임의장의 후임자로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43), EU 외교장관 격인 외교안보 고위대표에 주제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장관(72)을 내정했다. 유럽의회 의장에는 이탈리아의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원(63)이 선출됐다. 라가르드 총재의 공백 기간 동안 IMF를 이끌 임시 총재에는 미국 출신의 데이비드 립턴 현 수석 부총재가 지명됐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