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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회 점거 다음날, 홍콩 앞바다 훈련사진 공개한 中

입력 | 2019-07-04 03:00:00

홍콩 도심에 총 겨누는 사진 등 올려 ‘유사시 무력개입’ 노골적 메시지
남중국해에선 대함미사일 실험, 美항모 겨냥… ‘항행의 자유’에 경고
美 “영유권 주장 주변국 향한 시위”… 대만 “中의 일국양제 수용 못해”




중국군, 섬뜩한 가상훈련 홍콩에 주둔 중인 중국의 무장 병력이 지난달 26일 홍콩섬 앞바다에서 벌어진 긴급 출동 상황을 가정한 훈련에서 홍콩 도심을 겨냥해 소총과 권총을 겨누고 있다. 사진 출처 중국 제팡군보 웨이보

‘범죄인 인도법’에 반발하는 홍콩의 반중 시위대가 입법회(국회) 건물을 점거한 다음 날인 2일. 중국군이 홍콩섬 앞바다에서 긴급 출동 능력을 점검하는 훈련을 벌이는 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훈련 시점이 지난달 26일인데도 굳이 이날 사진을 공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시위가 격화되면 무장병력을 투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 홍콩 시민들을 거세게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 홍콩 앞바다서 군사훈련 공개


중국군 기관지 제팡(解放)군보는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 웨이보 계정에 훈련 사진 6장을 올려 “홍콩 주둔 중국군이 육해공 합동 순찰 훈련을 벌여 긴급 출동, 상황별 대응, 연합 작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사진에서는 군사 훈련에 군함, 고속정, 헬기가 동원됐다. 특히 홍콩섬으로 향하는 군함 위에서 무장한 중국군 병력이 홍콩 도심을 향해 소총과 권총을 겨누는 모습이 뚜렷하다. 홍콩에 투입된 무장 병력이 도심으로 달려가는 사진도 있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노골적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홍콩은 헌법인 ‘기본법’에 따라 홍콩 경찰이 치안을 유지하지만 중국군은 사회 안정을 이유로 부대를 홍콩에 주둔시키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을 중국의 일부인 내정으로 간주하는 만큼 병력 투입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대규모 유혈 사태가 일어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미국 영국 등 서방과 중국의 전면 충돌로도 번질 수 있다.

○ 남중국해 군사긴장 고조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시험 발사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 군사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2일 미 NBC는 중국이 지난 주말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 인근에서 대함탄도미사일을 최소 1발 이상 발사했다고 전했다. 대함탄도미사일은 움직이는 항모를 공격할 수 있으며 냉전시절 미국과 구소련이 개발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무기다.

이번 발사는 미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벌이는 ‘항행의 자유’ 작전에 대한 경고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군사화를 견제하며 2015년부터 이 지역이 국제 해역임을 주장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쳐 왔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도 이 작전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지난해 5월 ‘주권 보호 및 안전에 필요한 조치’라며 이 지역 인공섬 3곳에 미사일을 배치했고 이번 미사일 발사도 감행했다.

○ 미국 대만 영국 일제히 중국 비판

국제 긴장을 고조시키는 중국에 미국 대만 영국 등은 일제히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의 행위는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시위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대만 중국 담당 부처의 천밍퉁(陳明通) 위원장은 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홍콩인이 기본 인권을 요구하고 통제에 항의하는 것은 국제적 추세다. 중국의 패권에 반대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중국이 대만과 홍콩에 ‘한 나라 두 체제’를 뜻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밀어붙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천 위원장은 “일국양제를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대만의 공통된 인식”이라고도 거듭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앨런 덩컨 영국 외교차관이 “중국이 홍콩에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중 둘 중 한 명이 차기 영국 총리가 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과 제러미 헌트 현 장관도 일제히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 특히 헌트 장관은 BBC에 “영국은 홍콩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내용을 담아 국제적으로 구속력 있는 반환 협정에 서명했다. 이 합의를 존중하지 않으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