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 제도개선위원회 전체회의. 동아일보DB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경사노위는 이날 본위원회에서 버스운수산업위원회 등 5개 위원회를 신규로 설치하고 국민연금특별위원회 등 기존 위원회의 활동 기한을 연장하는 안건을 처리하려고 했다. 올해 2월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안(3개월→6개월)도 안건 중 하나였다.
그러나 본위원회 위원 중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 등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3명이 “본위원회는 참석하되 탄력근로제 확대안 표결에는 불참하겠다”고 경사노위에 통보했고 경사노위는 본위원회 자체를 연기했다. 경사노위법상 노동계위원의 과반수가 참석해야 표결할 수 있어서다.
이들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었던 2차 본위원회를 비롯해 3, 4, 5차 본위원회를 모두 무산시켰다. 17명의 본위원회가 탄력근로제 확대안을 표결하면 자신들이 반대표를 던지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본위원회에 아예 불참해 표결 자체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를 두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민노총이 이들을 압박해 경사노위의 운영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총파업으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호언장담한 조직이 사회 소외계층 대표들을 겁박하고 회유해 사회적 대화를 무산시킨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민노총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사회적 대화란 노사정이 한 발씩 양보해 노동시장의 미래를 그려 나가는 작업이다. 노사정 대표가 탄력근로제 확대에 합의한 것은 그것이 주 52시간제를 안착시키고 노동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안이어서다.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 3인은 더 이상 몸통을 흔들려고 하지 말고 사회적 대화의 진정한 의미부터 되새겨봐야 한다.
유성열 정책사회부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