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기원 연구팀 개발 착수
러시아의 원자력 쇄빙선 ‘야말’이 극지를 항해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개발할 모듈형 소형 원전 개념도. 선박과 잠수함 등에 사용할 수 있고 설치하면 40년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위키미디어·UNIST 제공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소형 모듈 원자로 개발을 지원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황 교수는 6월 말 초소형원전연구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번 선박용 소형 원자로 개발에는 4년간 정부 예산 30억 원, 울산시 예산 6억 원이 투입된다. 4년 내에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실증을 위한 상세설계를 진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황 교수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친환경 원전 기술을 개발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소형 원전 기술이 재생에너지와 함께 기후변화, 대기오염과 같은 전 지구적인 문제에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단이 개발할 소형 원자로는 모듈형이다. 핵연료를 3∼7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는 상용 원전과 달리, 핵연료를 한 번 넣으면 40년 동안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 핵연료 교체는 비용도 많이 들고 사용후핵연료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핵확산 위험, 폐기물 처분 문제가 뒤따른다. 황 교수는 이런 우려를 일괄적으로 해결할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황 교수는 “이번에 개발할 소형 원자로는 원자로를 물로 식히는 것이 아니라 납과 비스무트를 5 대 5로 혼합한 액체금속으로 식힌다”며 “이 액체금속은 123도에서 액체가 되고 1700도에서 기체가 되는데 상온에서 물이나 공기와 만나도 반응과 폭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납-비스무트 고속원자로는 전체 지름이 1.7m, 길이가 6m인 초소형 모듈 원전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운송하는 국제표준용기 내부 지름 1.9m보다도 작다. 폐기하거나 분리하지 않고 통째로 안전하게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선박 사고가 일어나 바다에 빠져도 액체금속이 얼어 버려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물질이 봉인된다.
모듈형 원전이 핵잠수함 등 군사용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해상용 소형 원자로가 장보고-III(3000t급) 잠수함에 적용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최근 중국이 선박용 원자로를 개발하면서 잠수함 등 군사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사회에 제기됐지만 우리는 연구단을 출범하면서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선서를 했다”며 가능성을 부인했다.
황 교수 연구팀은 4년 뒤 개념설계가 완료되면 이후 상용화와 인허가를 위한 상세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상용화 시기는 짧게는 7년, 길게는 10년으로 보고 있다.
○ 美, 中 등 차세대 소형 원자로 기술 경쟁 치열
국내에서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가 차세대 원자로로 꼽힌다. 소듐냉각고속로는 황 교수가 연구하는 납-비스무트 냉각 방식의 소형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고속 중성자를 이용해 핵분열 반응을 일으킨다. 냉각재로 기존 경수로나 중수로처럼 물이 아닌 소듐(나트륨)을 이용한다. 그러나 이 원자로 역시 폭발 위험이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출자한 벤처기업 테라파워가 개발 중인 ‘진행파 원자로’가 대표적이다. 핵연료 제조 과정에서 버려진 열화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며 액체금속 냉각 방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소듐냉각고속로처럼 화재가 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은 2016년 국가프로젝트로 해상 소형 원자로 개발을 선언하고 2020년까지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박에 설치하거나 극지, 도서지역 등에 안정적으로 전기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지만 군용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