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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 “핵 논의서 南 빠져라”… 北美 나쁜 직거래 방지책 있나

입력 | 2019-07-06 00:00:00


북한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은 핵 관련 논의에서 빠지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비건 대표가 최근 여권 인사들에게 전한 이런 메시지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의 중재를 거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의 협상 카드와 의중을 대부분 들여다봤고,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담까지 했으니 이제부터 직접 담판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길게 보면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접 거래한다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가 유지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지만 내년 미 대선 일정과 북한 내부 사정을 볼 때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재선 캠페인에 돌입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성과가 발등의 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6∼2020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제재 해제가 절실하다.

북한이 미국과 일대일로 비핵화 담판에 나설 경우 한국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 조야에선 북-미 간 뒷거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은은 핵 동결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위협이 사라졌다”는 외교적 성과를 맞교환하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는 완전한 비핵화가 어렵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미국에 위협을 줄 핵 운반수단을 없애고 핵개발을 동결하는 수준의 합의를 차선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타협론이 잠재해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에서 남한을 배제하려는 것은 바로 그런 점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북한 핵 위협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이 비핵화 논의에서 소외되는 ‘한국 패싱’은 있어서는 안 된다. 협상의 효율성을 위해 북-미 간 협상이 불가피한 경우라 해도 한미는 준비 및 결과 공유에서 한 팀이 되어야 한다. 한국이 빠진 채 북-미 간 직거래로 완전한 북핵 폐기라는 목표가 실종되는 일은 용납해선 안 된다. 한국 패싱을 방치하면 외교적 성과는 북-미가 가져가고 한국은 사후 부담만 떠안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공조 강화를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