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
폭염 와중에 철 지난 미세먼지 고통을 다시 소환하는 것은 생뚱맞은 일이다. 하지만 장마가 미세먼지를 씻어 버리고 폭염의 괴로움이 미세먼지에 대한 분노를 잠시 옆으로 밀쳐 버린 요즘이야말로 미세먼지 얘기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겨울철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을 때마다 국민은 격분했고 분풀이 대상으로 누구나 쉽게 걸려들었다. 죄 없는 고등어가 비난을 받았고 고등어를 잘못 꺼내 든 연구자들이 뭇매를 맞았다. 경유차 운전자는 파렴치한으로 몰렸고 미세먼지 원인을 중국에 돌리지 않으면 비겁한 사대주의자로 비난을 받았다. 모든 비난의 종착역은 결국 정부로 향했는데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나온 대책은 인공강우, 야외 공기청정기같이 임기응변식이었다.
이러한 논의에 포함돼야 하는 내용들이 있다. 미세먼지의 원인은 주변국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도 상당히 있다. 석탄 연소에서 직접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양보다 두 배 이상 많은 미세먼지가 천연가스를 포함한 모든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2차 생성물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축산농가의 암모니아가 이러한 2차 생성 미세먼지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항만의 화물선 한 척이 뿜어내는 미세먼지의 양이 경유차 수십만 대의 미세먼지 발생량과 맞먹는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원자력 발전을 완전히 대체하기 이전에 탈(脫)원전을 해서는 결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다. 무엇보다도 우리 각자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서는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다. 이런 주제들을 논의해야 한다.
겨울에 다가올 미세먼지를 여름철에 얘기하는 것은 마치 ‘여름의 화로와 겨울의 부채’라는 하로동선(夏爐冬扇)처럼 철에 맞지 않게 들린다. 하지만 보일러는 여름에 수리하고 에어컨은 겨울에 정비하는 것이 상식이듯이 미세먼지 문제는 여름에 논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겨울에 미세먼지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돼서야 대책을 논의하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추운 겨울에 보일러를 수리하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차상민 케이웨더 공기지능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