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 최고 토종 골잡이’ 김신욱이 정든 전북 현대를 떠나 ‘은사’인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상하이 선화로 향한다. 사진은 김신욱이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남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려 3-1 승리를 이끈 뒤 자신을 아껴 준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전북 현대
K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토종 골잡이 김신욱(31·전북 현대)이 ‘은사’ 최강희 감독(60)이 지휘봉을 잡은 중국 슈퍼리그 상하이 선화로 향할 전망이다.
K리그 레전드로 남아 현역 여정을 마치고 싶다는 고민을 해온 김신욱은 큰 변수가 없는 한 상하이 선화 유니폼을 입는다. 지난 주 전북과 상하이 선화의 이적 합의가 끝난 가운데 공식 발표만 남았다.
아시아 축구시장을 잘 아는 관계자들은 7일 “일부 절차가 남아있다. 취업비자 등 신변 문제가 정리된 이후 선수단을 재정비하고 있는 상하이 선화의 입장이 확정되면 이적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미래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결정도 미룬 채 성남전에 집중한 김신욱은 전반 16분 왼쪽 풀백 이주용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했다. 시즌 9호(3도움)이자 K리그 통산 132번째 득점포.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는 소속 팀에 안긴 김신욱의 이별 선물에 1만3000여 홈 팬들은 아낌없는 환호와 갈채로 선수의 앞날을 축복했다. 득점 순간, 두 팔을 하늘 높이 들어올린 뒤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를 펼친 그는 후반 34분 이동국과 교체될 때에도 하늘에 영광을 돌리는 모션을 취해 마지막을 암시했다. 김신욱의 골로 3-1 승리한 전북은 승점 41로 하루 만에 선두를 되찾았다.

전북 유니폼을 입고 사실상 고별전을 치른 김신욱(왼쪽)이 성남전 종료 후 조세 모라이스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전북 현대
종료 휘슬이 울린 뒤 모라이스 감독과 진한 포옹을 나누며 “감사했다”고 전달한 김신욱은 “이적의 뜻을 전했다. 두 구단(전북, 상하이)의 합류시기 조율만 남았다. 구단에 큰 자금을 안기고 가게 돼 다행스럽다고 여긴다. 한국축구를 빛내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계약기간은 2+1년이 유력한 가운데 상하이 선화가 전북에 지급할 김신욱의 몸값은 600만 달러(약 70억 원)에 달한다. 연봉도 400만 달러(약 46억8000만 원) 이상이라는 게 에이전트들의 이야기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한국 선수가 이만한 잭팟을 터트리고 해외 무대를 밟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전북과 계약기간은 내년 말까지로, 1년 반 가량 남아있으나 김신욱은 현역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오래 전부터 지인들의 의견을 구하며 다음 스텝을 그렸다. 전북 잔류를 1순위로 염두에 둔 가운데 해외로 불가피하게 진출할 경우에는 일본과 중국이 아무래도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였다.
물론 김신욱의 차기 진로가 중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2009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쌓은 그는 2016시즌을 앞두고 전북에 안착했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은 K리그 우승(2017·2018)을 이뤘고, 입단 첫해 2012년 울산 시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았다.
김신욱은 또 다른 도전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전북과 국가대표팀에서 사제의 연을 맺은 최 감독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톈진 취안젠(현 톈진 톈하이)에 이어 1월 다롄 이팡, 또 상하이 선화까지 최 감독이 발걸음을 옮기는 구단마다 김신욱의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다만 공식 레터와 협상 테이블이 전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톈진은 루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다롄은 국인 스카우트 권한이 구단에 있었기에 최 감독은 한국 선수를 데려가고 싶어도 성사시킬 수 없는 구조였지만 약 2주 전, 오퍼를 전달해왔으나 최 감독의 거취가 갑자기 바뀌면서 결국 불발됐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