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도쿄 도심 첫 유세… “자위대 헌법 병기 개헌” 목청 높여 연금개혁 연설땐 일부 시민 항의… ‘한국 수출 규제’ 관련 언급은 없어 아사히 “과반 가능… 개헌선 힘들듯”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격적인 대통령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 이야기에 귀를 잘 기울입니다. 저와도 이야기가 잘 통합니다.”
7일 오후 2시 반 도쿄 오타(大田)구 가마타(蒲田)역 앞. 21일 참의원 선거에 자민당 후보로 나선 다케미 게이조(武見敬三·68) 자민당 참의원(4선)의 연설 차량 지붕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올라가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베 총리는 4일 참의원 선거 공시 이후 8년 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지역인 후쿠시마(福島), 지난달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했던 니가타(新潟) 등 재해지역을 돌며 ‘부흥’을 외쳤다. 도쿄도내 지원 유세는 이날이 처음이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연설 1시간 전부터 시민과 취재진 200여 명이 아베 총리를 보기 위해 몰려 왔다.
아베 총리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굳건한 군사 동맹을 강조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안보조약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는 보도를 의식한 행보였다. 아베 총리는 “일본이 침략 받으면 일본을 위해 싸워주는 유일한 일본의 동맹국이 미국”이라며 “이런 유일 동맹국과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일본 총리의 최대 책임”이라고 말했다. 안보 얘기로 넘어가면서 아베 총리는 자연스럽게 개헌을 언급했다. 아베 총리는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공약을 외치고 있지만 야당은 이를 위한 ‘국민투표’ 논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심판하는 것이 이번 참의원 선거의 목표”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자민당은 아베 총리의 가두연설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자민당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정이 갑자기 바뀌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많아 알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은 5일 “2017년 중의원 선거 당시 총리에 대한 항의 활동이나 야유를 우려해 당에서 일부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아베 총리가 연금 개혁과 관련한 연설을 할 때는 최근 ‘노후에 공적연금 외에 2000만 엔 이상 더 필요하다’는 금융청 보고서와 관련해 일부 시민들이 항의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주말 교토 등 지방을 돌며 선거 유세를 이어갔다. 그는 금융청 보고서를 언급하며 “2000만 엔이 없어도 잘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6일 3만10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여권이 이번 선거구에서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두 정당에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 ‘일본유신회’ 등 3당을 합쳐도 개헌 발의가 가능한 참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164석)를 획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