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평생학습센터 ‘모두의학교’
남녀노소 누구나 무료로 참여… 수강생 신청 반영해 프로그램 제공
노인 “은퇴후 무력감 힘들었는데… 청년들과 함께 지내며 삶에 활기”
“새로운 것 배우며 힐링되는 느낌”

4일 오후 서울 금천구 ‘모두의학교’ 여름학기 프로그램인 ‘웰 리빙’에 참여한 시민들이 동그랗게 둘러앉아 한 주 동안 자신이 알게 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제공
이들은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한 주 동안 새롭게 알게 된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눈 뒤 요가매트에 누워 자신의 자세와 움직임에 대해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의 프로그램 가운에 하나인 ‘웰 리빙(well living, well leaving)’ 수업시간이다.
이 학교의 이름은 ‘모두의학교’다. 우리가 아는 학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 학교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센터다. 다른 곳으로 이사한 한울중학교 옛터에 자리 잡았다. 2017년 11월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해 3월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수업 프로그램은 고정돼 있지 않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신청하면 강의로 반영된다. 올해 여름학기의 ‘웰 리빙’ 프로그램도 홍성래 씨(82)가 지난해 11월 학교 측에 제출한 ‘버킷리스트 카드’의 내용을 토대로 개설됐다. 학교는 1층에 늘 ‘버킷리스트 존’을 열어 두고 리스트를 받고 있다. 시민이 학습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이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홍 씨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주 재밌다”며 “어디 가서 나이 들었다는 이유로 대우받으려 하기보다 ‘같이’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홍 씨가 지난해 여름에 참여했던 ‘꽃할배 놀이터’ 프로그램이 한 예다. 65세 이상 남성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글쓰기와 노래 만들기뿐 아니라 요리하는 방법도 알려줬다. 프로그램 수강 이후 홍 씨는 집에서 밥 및 반찬 등을 가끔 직접 만든다. 가족 여행이나 명절 때도 마찬가지다. 이 덕분에 손자손녀와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노인뿐 아니라 젊은 세대도 모두의학교에서 힐링의 시간을 얻는다. 홍 씨와 함께 웰리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김언이 씨(47·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일상생활을 잠시 잊게 된다. 이곳에서 기타를 배워 한 곡을 연주할 수 있게 됐을 때는 성취감도 얻는다”고 말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는 “시민의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해 서울 전역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게 학교의 목표”라며 “서울시민이 아니더라도 생활권이 서울인 분들에게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모두의학교는 매년 계절별로 4개 학기로 구성된다. 체험 중심의 인문학과 건축, 과학과 예술 등 융합 프로그램들이 매학기 새롭게 편성된다. 학기 개강 2주 전부터 온라인을 통해 참여 신청을 받는다. 자세한 사항은 시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