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강화 발표 후 일주일이 지나는 동안 한일 간에는 대응-맞대응의 감정적 대결 양상이 고조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가에는 우대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등 한국을 모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첫 며칠간은 전략적 침묵을 택했던 한국 정부도 정면대응으로 선회했다. 일본은 추가 보복 조치를 준비하고 있으며 한국 내 일본 은행 자금 18조 원을 동원한 금융 보복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국 국민 사이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여행 자제운동 등 반일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합리적 이성의 목소리가 양국 모두에서 높아져야 한다. 정치와 외교가 경제를 옥죄는 현상이 도를 넘자 경제인들이 먼저 해결책을 찾아 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일본으로 날아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사실 이번 보복 규제는 금수(禁輸)조치는 아니어서 양국 지도부 간 감정적 대립이 완화되고 일본 정부가 냉정을 되찾는다면 수출 허가 과정에서 규제를 풀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다.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 등 한일관계를 꼬이게 만든 난제는 양국 지식인 차원에서 먼저 머리를 맞대 논의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다. 양국 정치권도 한일의원연맹을 비롯해 의원외교를 복원시키고, 재계 학계 언론 등 각계에서 한일 파트너 간의 대화와 교류를 이어갈 필요도 있다.
지금처럼 강경 대결로 계속 치달을 경우 한국 경제가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임은 명백하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일본 역시 손해’라는 의견들이 꾸준히 나온다. 아베 정권이 계속 강경 모드를 고집한다면 장기적으로 한일관계와 동북아 질서에 씻기 힘든 상처를 남길 것이며, 일본 경제에도 자충수가 된다는 지적이다. 난마처럼 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정상 간 회담의 필요성이 거론되지만 그에 앞서 전략적인 방향을 세우고 이에 따른 로드맵을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냉정을 찾고 해결책을 얻어내기 위한 물밑 외교부터 시작해야 한다. 5000년 이웃 국가 한국과 일본의 합리적 이성이 목소리를 높이면 기대를 뛰어넘는 문제 해결 능력이 발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