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선아 책방연희 대표·작가
세상은 생각보다 나에게 관대하지도 심술궂지도 않다. 그러나 가끔 나의 의지나 선택과는 무관하게 흘러가는 일이 종종 있다. 지구 반대편 나비 날갯짓이 나에게 와 닿는 그런 일, 오래전 누군가의 선택이 돌고 돌아 나에게 온 것만 같은 일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생기는 어떠한 일이 신의 심술이나 운명의 장난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다. 언젠가 일어날 일이 조금 먼저 도착했거나,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일이 나에게도 생겼거나, 결국 내가 선택하게 될 일이었거나, 조금 운이 나빴거나 혹은 운이 좋은 날이었거나.
우리의 선택과 결과에 조금만 자연스러워지자. 자연스러워진다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재밌어질지 모른다. 생각보다 세상은 심술궂지만 가끔은 관대하기도 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키키 키린의 또 다른 말로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한다. “부디 세상만사를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사시길. 너무 노력하지도 너무 움츠러들지도 말고요.”
구선아 책방연희 대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