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그런데 이 중요한 원리를 보기 좋게 무시하는 녀석들이 있다. 덩치가 작은데도 ‘나, 여기 있다’고 온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요즘 볼 수 있는 무당벌레들이다. 손톱 크기도 안 되는 녀석들이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빨간 바탕에 검은 점들을 날개에 떡 하니 새기고 거침없이 돌아다닌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럴까?
이상한 건 이른 아침부터 먹이를 찾아다니는 새들이 이 눈에 확 띄는 녀석들을 본체만체한다는 점이다. 빨간색이라 너무나 잘 보일 텐데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건드리면 녀석들은 아주 역겨운 액체를 내뿜는다. 배고픈 김에 멋모르고 건드렸다 혼쭐난 새들은 다시는 건드리지 않는다. 바라던 바다. 작은 덩치로도 잘 살 수 있게끔 녀석들이 개발한 ‘혈액반사’라는 삶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위기가 온다 싶으면 다리 관절에서 이 비장의 무기를 흘린다.
이 작은 강자들은 생존의 원리 두 가지를 알고 있다. 덩치가 작아도 강력한 무기가 있다면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는 것과 이 능력을 제대로 드러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드러낼 줄 몰라 속으로 끙끙 앓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더구나 애써 공들인 성과를 은근슬쩍 가져가는 이들을 어쩌지 못할 땐 삶이 우울해진다. 이런 이들을 혼쭐내 주는 독한 능력과 함께, 큰코다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면 소중한 우리 자신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을 예쁘게 드러낼 줄 안다면 사랑받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서양에서 무당벌레는 행운의 상징이다).
작다고 약자가 아니고, 크다고 강자는 아니다. 작아도 결정적인 무기가 있으면 강자다. 자신의 강함을 제대로 나타낸다면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작은 벌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작을수록 독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