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파문]日지식인 3인의 ‘한일 갈등 해법’
“한일 간 경제적 상호 의존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양국 경제계, 언론계, 국민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
일본 지식인들은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 이처럼 말하며 정치 문제로 경제 보복을 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또 장기화될 경우 한일 경제 및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걱정했다. 이들은 한국도 좀 더 냉정하게 이번 조치를 볼 것을 주문했다. 특히 “수출 금지가 아니라 기존 특혜를 거둬들인 것으로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추후 의도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을 늦추거나 수출을 금지하면 그때는 국가 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다른 분야로 (보복) 조치 확대될 것”
오코노기 교수는 일본 정부의 조치 발표 배경에 대해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서 외교 협의와 중재위원회 설치에 응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측이 (앞으로도) 대응하지 않으면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카가와 교수 역시 “일본 정부는 명목상 정치성을 인정하지 않지만 일한(한일) 관계가 좋았다면 꺼낼 이유가 없는 조치”라며 “일본에서 기업 활동이 정치에 휘말리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번 조치에) 많이 놀랐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기업이 피해를 입을 조치를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일한관계가 악화된 것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실망이 크다. 일본 재계는 물론이고 정부 내외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오사나이 교수는 이번 조치를 한일 관계 회복을 바라는 메시지로 풀이하기도 했다. 그는 “요즘 경제 활동에 국경이 없다. 일한(한일) 기업은 상호 장점을 활용해 협력하면서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경제적으로 일한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일본의 메시지는 일한 관계를 어떻게든 전(前) 정권 때와 같은 상태로 되돌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 “한일 갈등의 장기화, 심각화 부를 것”
이번 조치는 한일 양국 모두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후카가와 교수는 “미중 무역 마찰은 수입 규모가 크냐 작으냐의 문제지만 한일 간 문제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터졌을 때 한국은 ‘친밀한 관계에 있던 중국이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이번에도 한국은 ‘일본에도 손해가 날 것이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우려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이번 조치로 한일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역사 문제를 통상 분야로 확대하면서 문제가 복잡해지고 해결도 곤란하게 됐다”며 “분쟁의 장기화, 심각화를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가 이번 조치로 ‘한국 측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현실 감각이 부족한 것”이라며 “일본에 굴복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문재인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 “기업이 정치 마찰에 희생돼선 안 돼”
한일 정부의 바람직한 대응책은 뭘까. 오코노기 교수는 “일한 관계는 이미 ‘복잡한 상호의존’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조정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현재 양국 정부는 조정자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게 오코노기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한국 정부는 징용공 문제에서 일본 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했고, 일본 정부는 문제를 통상 분야로 확대시켰다”며 “어느 측도 의도하는 바를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기업은 매일 시장에서 싸우고 있다. (한국 정부의) 몇 년 후 대책은 현재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한국은 일본과의 산업 협력이 갖는 의의를 정립해 대화를 도모해야 한다. 기업이 정치 마찰에 희생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