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신약 양날개 단 SK… K바이오 자존심 세우다

입력 | 2019-07-09 03:00:00

[커버스토리]잇단 악재 제약-바이오업계 새 활기




SK㈜의 자회사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의 미국 판매가 8일(현지 시간) 시작된다. SK그룹이 1993년 이후 30년 가까이 매진한 글로벌 신약 개발 사업이 드디어 결실을 본 것이다.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승인시험(IND)을 획득한 지 23년 만이다. SK바이오팜은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서 중추신경계 치료제 신약 판매에 성공한 최초의 국내 기업이 됐다. 국내 제약업계는 솔리암페톨의 출시가 인보사와 한미약품 사태 등 잇달아 악재가 터지고 있는 제약·바이오업계에 새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SK에 따르면 솔리암페톨은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으로 낮에 지나치게 졸린 증상을 겪는 성인 환자에게 각성 효과를 주기 위해 개발됐다. SK바이오팜이 성분을 발굴한 이후 국내에서 임상 1상 시험을 마쳤고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인수한 재즈 파마슈티컬스사가 임상 3상까지 완료해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국내 제약사가 해외 업체들과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맺고 임상 3상을 모두 통과해 판매 허가까지 받은 유일한 제품이다.

신약 개발은 물질 개발에 성공해도 3상 시험이라는 관문을 넘기가 쉽지 않다. 일례로 한미약품은 최근 4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했지만 최종 판매 허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모두 계약 해지됐다. 신약은 개발된 이후 △건강한 사람 20∼80명을 대상으로 하는 제1상 임상시험 △수백 명의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2상 임상시험 △신약 유효성이 어느 정도 확인된 후 수백∼수천 명을 대상으로 하는 제3상 임상시험의 단계를 거친다.

특히 솔리암페톨의 타깃 질환인 수면무호흡증 등은 기존에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어 북미 유럽의 선진 제약사들이 적극 공략하고 있는 ‘블루오션’이기도 하다. 재즈사는 2일(현지 시간)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투자설명회를 갖고 “솔리암페톨의 미국 내 목표 매출은 2025년까지 5억 달러(약 5850억 원)가 넘는다”고 밝힌 바 있다. SK바이오팜은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고 아시아 12개국 판권도 갖는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출시도 준비 중이다. 세노바메이트는 뇌 특정 부위에 있는 신경 세포가 흥분 상태라 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질환인 뇌전증 치료제다. SK바이오팜이 글로벌 임상 3상을 독자 진행했고 현재 미 FDA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11월에 시판 허가를 받으면 1상 단계 이후 기술을 수출하지 않고 한국이 독자 개발한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첫 사례가 된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시판 허가를 받으면 내년 상반기에 세노바메이트를 출시한 다음 유럽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독자 개발 신약이라 판매 수익 대부분은 SK바이오팜이 가져간다. SK바이오팜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내 상장하는 것이 목표다.

모회사인 SK㈜는 신약 개발 말고도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SK㈜의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2017년 브리스틀마이어스스퀴브(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SK㈜는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바이오·제약위탁개발생산(CMO) 기업 앰팩의 지분을 100% 인수하는 등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한국과 미국, 유럽에 생산기지를 갖추게 됐다. SK㈜는 2025년까지 CMO 사업 가치를 10조 원 수준으로 키울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의약품의 제형과 생산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제조 난도가 높아져 글로벌 제약사들도 자체 생산시설을 매각하고 전문 CMO에 생산 기능을 위탁하고 있는 추세”라며 “활발한 M&A와 증설을 통해 글로벌 선두 CMO 그룹에 조기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