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첫 제기… 비건 “WMD 동결”
완전한 비핵화 후퇴 관측 확산… “트럼프 속내 모르겠다” 우려도
정부 “핵폐기로 가는 단계” 진화
미국의 북-미 협상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동결’로 옮겨지고 있다는 ‘핵동결론’이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한국 외교당국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외신을 통해 지난주 ‘핵동결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후 한미 정부 당국자들이 최종 목표는 변함없이 ‘완전한 비핵화’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자 더 적극적으로 여론 환기에 나서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3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부터 외신 보도를 통해 본격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핵동결론이 고개를 들었다. 북-미 회담이 마무리된 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핵동결론’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서 논의돼 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가 2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미 회담을 포함한 한국 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대량살상무기(WMD) 동결’을 거론했다는 보도를 내면서 핵동결론이 확산된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미국이 말하는 (핵동결이란) 건 완전한 핵 폐기로 가는 단계의 동결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의 핵동결에 대해 논의하거나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후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의 끝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마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핵 실무 협의는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8일 오후 비건 대표와의 한미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현지에서 이 본부장은 이나 레펠 독일 외교부 아태총국장과도 협의를 할 예정이다. 독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자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만큼 대북 제재 유지 상황 및 향후 대처와 관련해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본부장과 비건 대표가 유럽에서 만나게 되면서 북한 측 인사들과도 접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현재로선 이 같은 3자 대면이 예정돼 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3자 대면을 하기로 했다면 독일보다는 스웨덴이나 스위스같이 북한이 더 편해 하는 곳에서 한미 수석대표 협의를 가지기로 했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