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아침달 서점에 2일 모인 손문경 대표, 김언 유계영 송승언 김소연 시인(왼쪽부터). 이들은 “아침달의 가장 큰 성과는 시집의 새로운 출판 방식을 개척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독립 출판사 ‘아침달’이 화제다. 시집을 내는 출판사 가운데 곳간이 비교적 넉넉한 대형 출판사는 4, 5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등단을 해야 출간 기회가 돌아온다. 아침달은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큐레이터들이 출간을 결정해 편집까지 돕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디자인·편집회사를 운영하던 손문경 대표가 출판사를 연 건 2013년. 유희경 오은 김소연 등 기성 시인과 계약을 맺고 신인을 발굴했지만 2016년 ‘미투 운동’으로 출판계가 급격히 침체됐다. 묵혀둔 원고를 출간하려니 출판사와 일부 저자의 낮은 인지도가 마음에 걸렸다.
시집선의 평균 판매량은 2000∼4000권. 독립 출판사로선 ‘대박’에 가까운 성적이다. 아침달은 그 뒤로 2권을 더 펴내 모두 11권의 라인업을 갖췄다.
아침달의 저력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실용 전략이다. 우선 큐레이터들이 원고를 받아 옥석을 가린다. 출판사 기획자로 일하는 송승언 시인이 1차로 심사한 뒤 큐레이터인 김소연 김언 유계영 시인이 ‘○(합격), △(보류), ×(불합격)’로 투표를 한다.
유계영 시인은 “1인당 시 30∼50편을 검토한 뒤 3명이 모두 찬성해야 시집이 출간된다. 3∼5편에 대한 완결성만 보는 등단 제도보다 오히려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소연 시인은 “큐레이터와 시인이 소통하면서 시집을 만들어가는 점도 새롭다”고 설명했다. 디자인도 재판 때마다 색을 바꾸는 등 수시로 변화를 준다.
시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한 편의 장시로 구성된 이호준 시인의 ‘책’, 시인 20명의 ‘삽화+반려견에 대한 시 2편+사진+산문’을 담은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가 대표적이다. 데뷔 무대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의 조해주 시인은 민음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호준 시인은 각종 계간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