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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는 출판사엔 뭔가 특별한 것이… 詩전문 독립출판사 ‘아침달’

입력 | 2019-07-09 03:00:00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아침달 서점에 2일 모인 손문경 대표, 김언 유계영 송승언 김소연 시인(왼쪽부터). 이들은 “아침달의 가장 큰 성과는 시집의 새로운 출판 방식을 개척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난해 8월. 크라우드 펀딩 업체 텀블벅의 후원으로 시집 9권이 동시 출간됐다. 세련된 디자인에 기성 시인과 신인을 아우르는 라인업. 눈 밝은 독자들은 ‘신상’ 시집선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독립 출판사 ‘아침달’이 화제다. 시집을 내는 출판사 가운데 곳간이 비교적 넉넉한 대형 출판사는 4, 5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등단을 해야 출간 기회가 돌아온다. 아침달은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큐레이터들이 출간을 결정해 편집까지 돕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디자인·편집회사를 운영하던 손문경 대표가 출판사를 연 건 2013년. 유희경 오은 김소연 등 기성 시인과 계약을 맺고 신인을 발굴했지만 2016년 ‘미투 운동’으로 출판계가 급격히 침체됐다. 묵혀둔 원고를 출간하려니 출판사와 일부 저자의 낮은 인지도가 마음에 걸렸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아침달 서점’에서 2일 만난 손 대표는 “6명은 기성 시인, 3명은 무명 시인이었다. 한 번에 ‘짠’ 하고 동시에 출간하면 출판사와 신인 시인의 낮은 인지도를 극복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했다.

시집선의 평균 판매량은 2000∼4000권. 독립 출판사로선 ‘대박’에 가까운 성적이다. 아침달은 그 뒤로 2권을 더 펴내 모두 11권의 라인업을 갖췄다.

아침달의 저력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실용 전략이다. 우선 큐레이터들이 원고를 받아 옥석을 가린다. 출판사 기획자로 일하는 송승언 시인이 1차로 심사한 뒤 큐레이터인 김소연 김언 유계영 시인이 ‘○(합격), △(보류), ×(불합격)’로 투표를 한다.

유계영 시인은 “1인당 시 30∼50편을 검토한 뒤 3명이 모두 찬성해야 시집이 출간된다. 3∼5편에 대한 완결성만 보는 등단 제도보다 오히려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소연 시인은 “큐레이터와 시인이 소통하면서 시집을 만들어가는 점도 새롭다”고 설명했다. 디자인도 재판 때마다 색을 바꾸는 등 수시로 변화를 준다.

시의 지평을 넓히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한 편의 장시로 구성된 이호준 시인의 ‘책’, 시인 20명의 ‘삽화+반려견에 대한 시 2편+사진+산문’을 담은 ‘나 개 있음에 감사하오’가 대표적이다. 데뷔 무대로도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의 조해주 시인은 민음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호준 시인은 각종 계간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손 대표는 “시를 둘러싼 생태계에 애정을 지닌 기성 시인들의 힘”이라고 공을 돌렸다. 소정의 활동비만 받는 큐레이터 3인방은 “순수하게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김소연), “원고를 검토하며 많이 배운다”(유계영), “신인은 좋은 출발을, 기성 시인은 좋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김언)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