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 사용자 위원 수정안 압박 목적 캐스팅보트 쥔 공익위원 설득·압박 의도도 심의일정 차질 불가피…12일 의결도 불투명
최저임금위원회의 본격적인 노사 협상이 시작되는 9일 전원회의를 앞두고 노동자 위원들이 갑작스럽게 불참을 선언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용자 측의 삭감안을 철회하고 수정안을 요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나 실질적으로는 공익위원들과 접촉에 나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들은 9일 오전 11시35분 께 입장문을 통해 이날 오후 3시 예정된 제10차 전원회의에 불참키로 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위원들은 사용자 측이 최초요구안으로 최저임금 삭감안(4.2% 삭감한 8000원)을 제출한 것을 문제삼아 불참을 선언했다.
노동자 위원들은 최저임금을 삭감하면 열악한 상황에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깎이는 만큼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 보호라는 최저임금제도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불참 선언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게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노동자 위원들은 입장문에는 밝히진 않았지만 이번 불참을 결정한 데는 지난 3일 사용자 위원들의 복귀 과정에서 ‘제도개선전문위원회’ 설치 조건이 포함됐던 점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와 합의도 없이 박준식 위원장이 경영계에게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약속해 준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노동계는 사용자 위원 측이 보이콧 이후 복귀 과정에서 공익위원 측으로부터 모종의 약속을 얻어냈고 이런 상황이 향후 심의와 최종 표결과정에서 노동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일 새벽 진행된 제9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 위원들은 박 위원장이 경영계에 지나치게 저자세라며 불만을 성토했다.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음에도 강하게 비판할 경우 불편한 관계가 이어지고 이는 표결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것을 자제해 왔다.
따라서 노동계는 이번 전원회의 불참 카드를 통해 공익위원 측과 따로 접촉하고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익위원들의 표심을 얼마나 얻느냐가 최저임금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공익위원들을 향한 노사의 견제와 구애가 이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자 위원들의 보이콧 전략이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이미 한번 사용자 위원들의 불참이 있었던 상황에서 노동자 위원들의 똑같은 불참 전략이 오히려 화를 돋울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위원들은 노동계 위원들의 불참 등에 대비해 지난 8일에는 이례적으로 서울 모처에서 따로 공익위원들만 모여 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용자 측이 한번 불참하니 노동자 측도 똑같이 보이콧을 불참하며 노사가 힘 겨루기를 하는 형태”라며 “노사가 조금도 밀리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외에 실질적으로 불참 전략을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자 위원들의 불참 기간이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즉 노동자 위원들이 두번 이상 불참할 경우 표결을 강행할 수 있고, 노동자 위원들 없이 표결이 진행될 경우 노동계에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당초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집중심의를 통해 협상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노동자 위원들의 불참으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법정 심의기한은 지난 6월27일로 이미 열흘 가량을 넘긴 상황이다. 다만 7월 중순까지만 의결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의 법정 결정기한인 8월5일 내 고시하는 데는 큰 문제는 없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하반기 주요현안 보고에서 “최저임금의 법정 결정기한인 8월5일 내 고시를 위해 7월15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 의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진행하기 위해 최소 20일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 심의·의결 마지노선은 7월15일이라는 얘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