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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무더기 지정취소…자사고 폐지 정책 박차?

입력 | 2019-07-09 16:48:00

김승환 전북교육감(왼쪽부터), 박백범 교육부 차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DB © News1


올해 24개 자율형사립고의 재지정 평가가 마무리된 가운데 교육당국이 절반에 가까운 11개 자사고의 지정취소를 예고했다. 대표 자사고로 꼽히는 전북 전주 상산고를 비롯해 서울에서는 무려 8개 자사고의 지위 박탈이 예정됐다.

교육당국이 국정과제이자 다수 교육감들의 공약인 ‘자사고 폐지’ 실현 의지를 보여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를 계기로 교육당국이 향후 자사고 폐지 정책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9일 교육당국에 따르면,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학교는 24곳이다. 이 가운데 무려 11곳이 각 교육청 기준점수(100점 만점에 70점, 전북은 80점)에 미달해 지정취소가 예고됐다. 구체적인 명단을 보면 Δ상산고(전북) Δ안산동산고(경기) Δ해운대고(부산) Δ경희고 Δ배재고 Δ세화고 Δ숭문고 Δ신일고 Δ이대부고 Δ중앙고 Δ한대부고(이상 서울) 등이다.

이번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자사고들의 무더기 지정취소는 사실상 예견됐다. 문재인정부 교육분야 국정과제 중 하나가 자사고 폐지인데다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가운데 진보성향인 14명이 자사고 폐지 정책에 동의하고 있어서다. 정부와 진보교육감들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입시 중심고’가 된 이들 학교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정취소 예고 자사고 11곳 모두 진보교육감이 수장인 곳에서 나왔다.

또 이번 재지정 평가 기준점수·지표 등이 한층 강화된 점도 상당수 학교의 지정취소 예상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됐다. 상산고는 전북교육청의 높은 평가 기준점수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관련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고배를 마셨다. 서울 소재 8개 자사고들은 학교운영과 교육과정 운영 지표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지정취소 위기에 몰렸다.

이번 재지정 평가 결과를 보면 교육당국이 자사고 폐지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당국이 대표 자사고로 상징성이 큰 상산고를 지정취소 예고한 점, 서울 13개 자사고 가운데 무려 8개의 자사고 지위 박탈을 예고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자사고 폐지 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에는 18개 자사고의 재지정 평가가 예고돼 있다. 교육당국은 또 한 번 칼을 빼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재지정 평가 기준점수 상향을 시사한 바 있다. 또 다른 대표 자사고인 외대부고가 이때 재지정 평가를 받게 된다. 경기도교육청이 기준점수를 올릴 경우 상산고 때만큼 파장이 클 전망이다.

18개 중 절반인 9개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맡게 될 서울시교육청도 올해 평가를 감안하면 상당수 학교의 지정취소가 예상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조 교육감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유 부총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서울 내 자사고가 너무 급속하게 늘었다”며 “이로 인해 우수한 학생이 자사고로 집중되면서 고등학교가 서열화되고 교육 시스템 전반이 왜곡됐다”며 서울시교육청의 엄정 평가 실행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내년 고교서열화 해소와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고교체제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재지정 평가를 통해 자사고 규모를 최대한 줄여 미리 교육계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고 측의 법적 대응이 관건이겠지만 법원이 교육당국의 손을 들어준다면 자사고 폐지 정책은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