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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노동계 보이콧… 최저임금위 비틀비틀

입력 | 2019-07-10 03:00:00

15일 최종 의결시한 앞두고 파행




9일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가 열린 정부세종청사 회의장의 근로자위원들 자리가 비어 있다. 근로자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현재보다 4.2% 깎자는 사용자위원의 최초 요구안에 반발하며 이날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이날부터 사흘간 집중 심의를 벌이려던 최임위는 파행을 맞았다. 세종=뉴시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근로자위원들이 사용자위원들이 낸 최저임금 삭감안 철회를 요구하며 9일 10차 전원회의에 불참했다. 최근 2회 연속 회의에 불참했던 사용자위원의 복귀로 정상화했던 최임위가 다시 파행을 맞은 것이다. 앞서 사용자위원은 3일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시급 8350원)보다 4.2%(350원) 깎은 8000원을 제시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은 19.8% 인상한 시급 1만 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놨다.

근로자위원은 9일 입장문을 내고 “사용자위원은 최저임금 삭감안을 즉각 철회하고 상식적 수준의 수정안을 우선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근로자위원의 불참은 사용자위원의 최저임금 인하안에 대한 반발과 향후 논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 싸움의 성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근로자위원들은 9일 “경제가 국가부도 상태에 놓인 것도 아닌데 (최저임금 인상률을)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 행위”라며 “사용자위원이 지금과 같은 입장을 고집하는 한 합리적 대화와 결정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최임위는 이날부터 사흘 연속 집중 심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의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의가 파행을 맞으면서 최종 의결 시한인 15일까지 노사의 힘겨루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최저임금은 8월 5일에 고시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이보다 20일 이전에 반드시 의결을 마쳐야 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이 “11일까지 논의를 종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지만 노동계가 불참하면서 11일 논의 종결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만 나왔을 뿐 아직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아서다. 공익위원인 임승순 상임위원은 “노사 의견 접점이 필요하다”며 “15일까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최저임금은 노사가 함께 의결하기보다 불만이 있는 어느 한쪽이 불참한 채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사용자위원 전원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위원이 의결에 불참했고 2016년에는 근로자위원이 불참했다. 올해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정부 여당에 반발하는 노동계가 표결에 불참할 가능성도 있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여론 동향을 지켜보면서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물밑에서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대립할 경우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최저임금액 인상안으로 의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것이다. 한 공익위원은 “국민이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임위를 번갈아 파행으로 만든 노사 양측은 장외에서 여론전을 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영단체 3곳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최저임금은 많은 기업의 지불 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이어서 영업이익 하락, 고용 축소, 경쟁력 약화 등을 초래하며 소상공인과 기업의 고통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하향 조정은 우리 경제가 최저임금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합리적 처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저임금 1만 원을 요구하며 사흘간 투쟁에 나서는 민노총 재벌규탄 순회투쟁단은 이날 경총 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 삭감안은 최저임금의 존재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세종=송혜미 1am@donga.com / 박은서·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