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 질문]李총리, 외교안보라인 교체 시사

○ 외교·안보 쇄신 요구에 李 총리 “청와대와 상의”
외교·안보 라인 개각 가능성의 불씨를 지핀 것은 9일 열린 국회 정치·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이 외교·안보 장관 교체를 요구하면서다. 이 총리는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쇄신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의하자 “의원님들의 의견을 청와대와 상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북한 목선 사태에 대해 안보 라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은 데 대해서도 “의원님들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하겠다”고 했다. 이 총리가 외교·국방 장관의 교체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 대목이다. 이 총리는 이날 북한 목선 귀순 사태에 대해 “결과만 놓고 보면 이 경계는 실패한 것”이라고 정부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지난해 5월 유럽 순방 중에도 “부분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기초 협의를 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그 뒤 청와대는 지난해 8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포함한 5개 부처에 대한 개각을 단행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아래)가 9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이 총리는 야당 의원들의 외교·안보라인 교체 요구에 “청와대와 상의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뒤편 왼쪽부터 김연철 통일부, 박상기 법무부, 정경두 국방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과 한미 정상통화 내용 유출 등으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하지만 강 장관은 이날 “외교부는 부족한 부분은 역량을 강화하고 실수한 부분에 대해선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도 야당의 사퇴 요구에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 개각 폭 확대 관측 속 순차교체 가능성도
청와대는 현재 9개 안팎의 부처에 대한 개각을 위한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내년 총선 출마가 예정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원년 멤버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금융위원장과 보훈처장, 공정거래위원장을 포함해 이달 중 9명 안팎의 장관급 인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막판 검증 작업이 진행 중으로 아직 최종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결심에 따라선 개각 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다만 이번 개각이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교체로 확대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원년 멤버인 강 장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한 데다 비핵화 이슈는 물론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외교적 대응 조치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당장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강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박성진 psjin@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