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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미달-감사지적 학교는 통과… 평가과정 꼭꼭 감춘 ‘밀실행정’

입력 | 2019-07-10 03:00:00

[서울 자사고 8곳 지정취소 위기]서울교육청 ‘깜깜이 평가’ 논란
총점-6개 영역점수만 알려주고… 32개 지표별 점수는 공개안해
학교측 “뭐가 부족한지 모르는데… 청문회 어떻게 준비하나” 불만




“자사고를 일반고로 바꿀 때 세금이 지원된다는데…. 평가에 관해 국민들도 알 권리가 있죠.”(학부모 A 씨)

“최소한 ‘시험점수’는 알려줘야죠. 이 상태로 청문회를 준비하라니 말이 됩니까?”(재지정 탈락한 서울 자사고 교장 B 씨)

서울시교육청이 9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학교의 총점과 평가과정 일체를 비공개한 것을 두고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사고 13곳 중 절반이 넘는 8곳을 지정 취소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면서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민과 학생,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도외시한 ‘권위주의적 밀실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11시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평가대상인 학교들이 점수에 따른 서열화를 걱정하며 비공개를 요구해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전 진행된 심의위원회의 일정과 장소, 참여자도 모두 비공개였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의 체질이 뒤바뀌는 큰 작업인 만큼 자사고 평가과정과 결과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자사고 학부모와 동문 등으로 구성된 ‘자사고공동체연합회’도 “자사고 폐지를 위해 학교평가를 악용한 것”이라며 “평가과정 전반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총점과 6개의 영역점수, 32개의 세부항목 평가점수 등으로 구성되는 평가결과 가운데 총점과 영역점수만 발표 당일인 9일 학교 측에 전달했다. 지정 취소된 한 고교 관계자는 “지표별로 점수를 알아야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청문회도 준비할 것 아닌가”라며 “교육청이 알려준 영역별 점수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자세한 평가결과를 빨리 달라고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가 과정과 결과 공개가 대부분 ‘깜깜이’로 진행되다 보니 곳곳에선 평가를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오늘 발표된 ‘지정취소 명단’은 5년 전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발표했던 것과 매우 흡사하다”며 “당시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려는 기획된 평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발했다. 2014년 조 교육감이 발표했던 지정취소 대상 학교는 이번에 추가된 ‘한양대부고’만 빼고 7곳이 모두 동일했다.

그동안 자사고 모집 정원이 미달되거나 대규모 감사 적발이 있었던 학교들이 통과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수년째 미달된 학교도 통과했는데 우리는 떨어졌다”며 “학생으로부터 외면받는 학교가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막기 위해 자사고를 취소한다면서 한 해 수십 명씩 서울대를 보내는 학교들은 통과시켰다”며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초 감사 결과로 최대 12점까지 감점할 수 있는 ‘교육청 재량평가’가 평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12점 감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하나고는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1점 감점에도 불구하고 지정취소가 된 학교도 있고, 12점 감점 받고도 통과한 학교가 있다”며 “감사 결과는 지정 취소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전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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