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사고 8곳 지정취소 위기]서울교육청 ‘깜깜이 평가’ 논란 총점-6개 영역점수만 알려주고… 32개 지표별 점수는 공개안해 학교측 “뭐가 부족한지 모르는데… 청문회 어떻게 준비하나” 불만
“최소한 ‘시험점수’는 알려줘야죠. 이 상태로 청문회를 준비하라니 말이 됩니까?”(재지정 탈락한 서울 자사고 교장 B 씨)
서울시교육청이 9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각 학교의 총점과 평가과정 일체를 비공개한 것을 두고 ‘깜깜이 평가’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사고 13곳 중 절반이 넘는 8곳을 지정 취소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면서 세부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민과 학생, 학부모들의 알 권리를 도외시한 ‘권위주의적 밀실행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총점과 6개의 영역점수, 32개의 세부항목 평가점수 등으로 구성되는 평가결과 가운데 총점과 영역점수만 발표 당일인 9일 학교 측에 전달했다. 지정 취소된 한 고교 관계자는 “지표별로 점수를 알아야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청문회도 준비할 것 아닌가”라며 “교육청이 알려준 영역별 점수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자세한 평가결과를 빨리 달라고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가 과정과 결과 공개가 대부분 ‘깜깜이’로 진행되다 보니 곳곳에선 평가를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장은 “오늘 발표된 ‘지정취소 명단’은 5년 전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발표했던 것과 매우 흡사하다”며 “당시 결정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려는 기획된 평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발했다. 2014년 조 교육감이 발표했던 지정취소 대상 학교는 이번에 추가된 ‘한양대부고’만 빼고 7곳이 모두 동일했다.
그동안 자사고 모집 정원이 미달되거나 대규모 감사 적발이 있었던 학교들이 통과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졌다. 한 자사고 관계자는 “수년째 미달된 학교도 통과했는데 우리는 떨어졌다”며 “학생으로부터 외면받는 학교가 자사고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을 막기 위해 자사고를 취소한다면서 한 해 수십 명씩 서울대를 보내는 학교들은 통과시켰다”며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초 감사 결과로 최대 12점까지 감점할 수 있는 ‘교육청 재량평가’가 평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 나왔지만, 12점 감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하나고는 재지정 평가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1점 감점에도 불구하고 지정취소가 된 학교도 있고, 12점 감점 받고도 통과한 학교가 있다”며 “감사 결과는 지정 취소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전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