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에도 분양가 상한제 검토, 커지는 논란
이날 개포4단지 조합 관계자는 “이주까지 끝낸 단계에서 진퇴양난”이라며 “분양가 상한제로 일반분양 가격을 낮춰야 한다면 조합원들이 돈을 더 내야 하는데 이미 분담금을 확정한 상태에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강남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번 정부 임기 내에 과연 분양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상아 2차, 서초구 신반포 3차·23차·반포경남 통합 재건축 사업 등 이미 후분양제 채택을 확정했거나 검토하던 단지들도 내부적으로 사업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혼란에 빠진 것은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점을 현행 관리처분계획 인가에서 입주자모집공고 승인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이주, 철거 전 단계인 관리처분계획 인가에서는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사업계획이 확정된다. 상한제 적용 시점을 늦추면 분양가와 조합원 분담금을 확정했던 조합들도 이를 조정해야 한다. 사실상 소급 적용인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가 있는 상황에서 적용 시점을 개정하지 않으면 같은 강남권이라도 어디는 적용을 받고, 어디는 받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리처분계획상 분양가는 예상 가격으로 시세나 제도 변화 등으로 관리처분계획보다 실제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더라도 법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는 적다는 의견도 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정부 법령 개정으로 실제 가격이 아니라 가격 기대감이 줄어드는 것인 데다 집값 안정이라는 공익적 명분이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위헌이나 위법 판단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에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채 오히려 주택시장에 혼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공공택지를 시작으로 2007년 민간택지에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 실시했지만 집값이 안정되기보다는 높은 분양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 수요가 쏠리며 청약통장을 불법으로 사고파는 등 ‘로또 분양’ 현상만 강화되기도 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단기적으로는 분양가가 낮아지고, 건설사들의 물량 밀어내기로 분양 물량도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줄면서 오히려 집값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후분양제
아파트를 일정 부분 이상 지은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제도로 공정 80%를 넘겨 분양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아파트를 일정 부분 이상 지은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분양하는 제도로 공정 80%를 넘겨 분양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새샘 iamsam@donga.com·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