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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지정취소 발표 후, 주변 학교들 “난감해” 반응 이유는?

입력 | 2019-07-10 17:37:00

상산고 전경./뉴스1 DB © News1


서울지역 자사고 13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가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난 10일. 자사고 교장들은 개인적인 발언을 극도로 꺼리며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신일고 숭문고, 이화여대부고, 중앙고, 한양대부고는 지정취소가 됐고, 나머지 5곳은 지위를 이어가게 됐지만 이 사태에 대한 법적·행정적 대응은 공동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양대부고 측은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학교만의 문제는 아니기에 함부로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세화고는 “당연히 통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매 쉬는 시간마다 교사들끼리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발표당일인 9일 서울의 자사고 학교장 중 일부는 늦은 밤까지 회동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인 10일엔 오후 4시 반 무렵 서울 세화고에서 교장단이 모여 전체회의를 열었다. 서울자사고연합회 관계자는 “발표 당시엔 학교마다 평가결과를 분석하느라 분주해 점수 취합이 안 되었다”며 “이제 점수를 다같이 공유하면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자사고 폐지론’에서 자주 등장하는 논리 중 하나인 “자사고가 대학입시위주의 학원처럼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회장인 김철경 대광고 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래인재양성을 위해 노력하면서 진학진로도 하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대한민국의 입시제도가 변하지 않는 한 학생들에게 진학준비를 안 시키는 학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당장 평가 공정성 시비를 가리는 한편, 일반고 전환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등 산적한 과제를 눈앞에 두고 고심 중이다. 교육청에 평가 공정성에 대해 따지고 청문을 진행하려면 세부점수를 알아야 하지만 아직도 각 학교에 공개가 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 동의 요청하기 전이라 지정 취소가 확정된 게 아니라 세부 점수를 공개하기 어렵다”며 “학교들이 청문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언제쯤 공개하겠다는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해운대고도 6개 영역별 점수와 총점을 제외한 세부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부산시교육청에 항의하며 8일 예정됐던 청문에 불참했다. 경기 안산동산고도 교육청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청문이 임박해서야 점수를 알게 됐다. 안산동산고 관계자는 “세부 지표를 주면 그에 맞게 청문을 준비할 것 같으니 그런 것 아니냐”며 “행정청이 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지적했다.

부득이하게 일반고로 전환됐을 때에도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지정취소 학교는 물론 그 인근의 일반고교까지 학생수와 학급수 대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0일 동아일보가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지정 취소된 중앙고는 관내학생(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비율이 17%에 불과하다. 한양대부고도 34%에 그친다. 신일고(65%) 배재고(61%) 경희고(64%) 등 이번에 지정 취소된 다른 학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 학교들은 지금까지는 타 지역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았지만, 일반고 전환 시엔 대부분의 학생을 관내에서 배정받아야 한다. 한 자사고 교장은 “일반고 전환 시 우리학교 학급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인근 일반고들과 학생을 나눠가지게 된다”며 “벌써부터 주변 학교에서 ‘학생수 줄어들어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큰 돈을 들여 시설을 확충했던 자사고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배재고는 2012년에 120억 원을 들여 기숙사를 세웠다. 일반고로 전환되고 나면 인근의 학생들이 입학하기 때문에 기숙사생 모집이 어려워진다. ‘한 지붕 두 가족’ 식으로 일반고와 자사고가 한 울타리에 공존하는 시스템으로 인한 혼란도 예상된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