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양의지. 스포츠동아DB
최근 김재박 전 감독을 만났다. 여러 대화 중 2003년 시즌을 앞둔 시점의 회고가 인상적이었다.
“현대 유니콘스는 정말 부족함이 없는 팀이었다. 야구단에 대한 구단주(고 정몽헌 현대그룹회장)의 애정이 대단했다. 그러나 구단주가 돌아가신 후 어쩔 수 없이 한 명 한 명 선수를 타 팀으로 보내야 했다. 2002년 시즌이 끝나고 박경완(현 SK 와이번스 수석코치)이 떠났을 때 가장 아팠다. 포수는 정말 중요하다. 그때 박경완을 영입한 SK가 김동수(현 LG QC코치)와 작별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릎을 쳤다. 김동수가 안방을 지켜줘 2003년과 2004년 두 번 더 우승을 할 수 있었다.”
박경완은 2008년 쓰러져가던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현대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곧바로 팀의 첫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공헌했다. 2000년에는 홈런 40개를 치며 또 한 번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1990년대 최고 포수 중 한 명이었던 김동수는 현대에서 제2의 전성기를 보내며 팀의 마지막 우승의 주역이 됐다.
전통의 포수왕국으로 불렸던 두산 베어스는 창단 이후 항상 주전급 포수를 동시에 2명 보유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세 번째 포수가 성장하면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다른 포지션을 강화했다. 신인 스카우트 때도 항상 포수를 먼저 생각했다. 그러나 양의지(NC 다이노스)의 이적으로 포수왕국 타이틀을 뺏겼다. 이제 어떤 대안을 마련하고 있을까. 김태형 감독은 “포수가 성장하려면 1군에도 있어야 하고 2군에도 뛰어야 한다. 2군에서는 경기를 직접 뛰며 경험을 쌓아야 하고, 1군에서는 백업으로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방법, 우리 팀 투수와 상대 팀 타자를 읽어야 한다”며 “이 모든 것들이 더해져야 경기에 뛸 수 있는 포수가 된다. 그래서 백업 포수를 1군과 2군을 오가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일리그인 KBO에서 포수의 가치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공인구 변화에 따라 스몰 볼이 큰 흐름이 되고 있다. 상대 팀의 기동력, 다양한 작전에 대응하는 포수의 능력은 더 중요해졌다.
최근 야구현장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롯데는 두 가지 치명적 실수를 했다. 양의지 영입 전 철수, 그리고 이지영 트레이드 실패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롯데는 외면했던 문제가 감당하기 힘든 시련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존을 77개의 공으로 나눠 공략했다. 그중 자신이 4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코스의 공 3.5개를 ‘해피존’이라고 이름 지었다. 타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반대로 투수는 절대로 피해야 할 해피존은 인생의 축소판인 야구의 철학이 요약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