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무더기 지정취소 후폭풍]이틀째 긴급회의 열고 대책 논의
서울시교육청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결정이 나온 세화고 교사는 10일 학교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한양대부고의 한 교사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재지정 탈락 소식에) 동요하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자사고 측은 우선 평가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으로 일반고 전환 시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아직까지 자사고 측에 세부 지표별 점수를 전달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학교들이 청문을 위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드는데 언제쯤 공개하겠다는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부산 해운대고는 평가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부산시교육청에 항의하며 8일 예정된 청문에 불참했다. 경기 안산동산고도 경기도교육청에 여러 차례 요청한 끝에 청문이 임박해서야 세부 점수를 알 수 있었다.
교육계에서는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간 자사고들이 교육부 장관의 최종 결정으로 일반고로 전환될 경우에도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정 취소된 학교는 물론이고 그 인근의 일반고까지 학생 수와 학급 수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지정 취소된 중앙고는 관내 학생(학교가 위치한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 비율이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한양대부고도 34%에 그쳤다. 배재고(61%) 경희고(64%) 등도 60%대였다.
한 자사고 교장은 “일반고 전환 시 우리 학교 학급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고, 인근 일반고들과 학생을 나눠 가지게 된다”며 “벌써부터 주변 학교에서 ‘학생 수가 줄어들어 난감하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는 한 울타리 안에서 일반고, 자사고가 공존하는 ‘한 지붕 두 가족’ 시스템을 갈등 없이 운영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한편 내년에는 자사고 14곳, 외국어고 30곳, 국제고 6곳 등 총 50곳이 재지정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교육계에선 “내년에 올해보다 더한 무더기 취소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