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하루는 갑판수(목수)에게 행사에 쓸 12인용 상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작업장에 가보니 열심히 제작 중이어서 마음 놓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전화로 낭패가 났다고 전해왔다. 1등 항해사가 와서 도와주어야 할 정도의 사안이라고도 했다. 다시 작업장에 가보니 웬걸, 상을 너무 크게 만들어 문 밖으로 들어낼 수가 없었다. 다 만들고 나서 갖고 나올 생각은 못 한 것이다. 배의 모든 공간은 철판으로 둘러싸여 있고 출입구는 작게 만들어져 있다. 상은 그날 저녁에 사용해야 했다. 나는 두 동강으로 잘라 밖으로 끄집어낸 뒤 다시 합치라고 했다. 베테랑 갑판수의 실수는 지금도 의아하다.
파나마 운하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아 만나는 낭패도 있었다. 선박은 허용 흘수(배가 물에 잠기는 깊이)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선장은 운임을 더 많이 받으려고 최대한 많은 짐을 싣고자 한다. 그러면 흘수가 깊어진다. 초심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우리나라에서 미국 동부로 갈 때 파나마 운하 통과를 고려하지 않고 짐을 너무 많이 실어버리는 것이다. 파나마 운하는 해수가 아니라 담수다. 바다에서는 몸이 쉽게 떠있지만 강에서는 몸이 가라앉는 것과 같이 선박이 파나마 운하로 들어오면 15cm 정도 더 가라앉게 된다. 부산항을 출항할 때 허용 흘수 9m로 짐을 싣고 떠난 선박은 파나마 운하에서는 9m 15cm까지 가라앉게 되는데, 만약 파나마 운하의 허용 흘수가 9m라면 좌초 사고가 나게 된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선장은 부랴부랴 짐을 내려 배를 가볍게 하려고 난리를 치게 된다. 짐을 실을 때 이를 고려해 흘수에 15cm의 여유를 두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수들을 직간접으로 경험하고 반성하고 교훈 삼으면서 한국 선원의 자질도 향상되고 한국 해운도 발전해 나갔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