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입석 막으려 도입한 광역 2층버스, 더 위험한 입석 운행
10일 오전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강남으로 가는 2층 버스 안에서 한 승객이 손잡이 대신 버스 차체에 손을 올려 몸을 지탱하고 있다(왼쪽). 전날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정류장을 출발해 경기 김포로 가는 2층 버스 내부가 입석 승객으로 붐비고 있다.(오른쪽).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경기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 앞에서 출발해 지하철 2호선 강남역까지 운행하는 G5100번 버스가 곧 도착했다. 전광판 안내대로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버스 운전사는 승객들을 태웠다. 도로교통법상 광역버스가 입석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건 위법이다. 게다가 이 버스는 2층 버스로, 최고 제한속도 110km인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한다.
2층 광역버스는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도입됐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버스의 입석 승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2층 버스의 좌석 수는 기존 광역버스(41∼45석)보다 많은 70여 석이다. 하지만 이런 2층 버스도 입석 승객을 태우고 달리고 있다. 본보 취재팀이 9, 10일 이틀간 출퇴근 시간대에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는 2층 버스 6대를 직접 타 본 결과 이 중 4대가 입석 승객을 태웠다.
버스가 커브길에 들어서면 입석 승객들은 좌석 등받이에 달린 손잡이를 잡고 간신히 버텼다. 자리에 앉지 못한 승객들은 1층과 2층을 연결하는 계단에 몰려 앉기도 했다. 계단에 앉은 승객들은 버스가 정차하고 출발할 때마다 이리저리 몸이 쏠렸다. 버스 운전사는 수시로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하지만 2층에 앉은 59명 중 안전벨트를 맨 승객은 1명뿐이었다. 입석 승객은 2층에도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2층의 입석 승객은 버스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몸을 휘청거리다가 급히 손잡이를 잡았다.
9일 오전 7시 30분경 용인시 지하철 분당선 기흥역 정류장을 거쳐 강남역으로 가는 5003번 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버스도 17명의 입석 승객을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이 버스 승차 문에는 ‘2층 버스, 입석 금지’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같은 원심력을 받더라도 무게 중심이 높으면 전복될 가능성이 더 크다. 또 승객을 많이 태우면 브레이크의 정지력이 떨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58)는 입석 승객을 태우고 달리는 2층 버스의 위험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2층 버스는 높이가 일반버스(3.2∼3.55m)보다 높은 3.99m다. 이 때문에 일반버스에 비해 커브길에서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2월 홍콩에서는 커브길을 돌던 2층 버스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19명이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경기도가 2015년 10월 김포시에 처음 도입한 2층 광역버스는 7월 1일 현재 경기도 내 16개 시, 47개 노선에 걸쳐 193대가 운행 중이다. 하지만 광역버스 입석 승객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용인시에 사는 신모 씨(34·여)는 “자리에 앉아 가려고 출근할 때 40분이나 일찍 집을 나서는데도 한 번도 앉아서 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안전 문제가 지적된 입석 승객을 없애기 위해 2층 버스를 도입했지만 승객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다”며 “승객들이 ‘서서라도 가겠다’고 차에 오르면 기사들이 말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경기도는 올해 안에 2층 버스 운행을 233대까지 늘릴 예정이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서현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