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측 제시안 채택…노동자 측 8880원 내놔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이는 10년 만에 최저 인상률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과 비교하면 8%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우세한 ‘속도조절론’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8880원의 인상안을 제시했떤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여 문재인 정부 3년차에 노정관계는 더욱 악화하게 됐다.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제13차 전원회의 결과 오전 5시30분쯤 이러한 안건을 의결했다.
내년 최저임금 최종안으로 근로자위원은 8880원(6.8% 인상)을, 사용자위원은 8590원(2.9% 인상)을 제시했으며, 표결 결과 15 대 11로 사용자안이 채택됐다.
재적위원 27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했으며 1명은 기권을 행사했다.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9명씩 포진된 위원회 구조를 감안하면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사용자안에 표를 던지면서 이번에도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급 8590원은 올해 최저임금(시급 8350원)보다 240원 높다. 인상률은 2.9%로 올해(10.9%)보다 무려 8%p 낮은 수준이다.
역대 인상률 중에는 3번째로 낮다. 올해보다 낮은 수준의 인상률이 결정된 해는 1998년 외환위기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커다란 경제위기가 닥친 때뿐이다.
경영계의 원래 희망대로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낮추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3%대 물가인상과 2%대 경제성장률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감액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지난 2년간 29.1%에 달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춰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이 적극 반영된 결과로 평가된다. 지난해까지 경영계와 야당이 주로 제기했던 속도조절론은 올들어서는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번 의결로 인해 노동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앞서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올해 대비 19.8% 인상)을 주장했고, 이를 1차 수정안에서 9570원(14.6% 인상)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이번 결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역대 최저임금위에서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감액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만큼 인상률을 동결에 가깝게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실패한 것이 확정됐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만원 공약 달성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