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결정한 뒤 회의실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7.12/뉴스1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2.9%) 인상된 시급 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2020년 1만원 공약 폐기가 확정됐다.
이번에 확정된 인상률은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등 우리 경제가 심각한 충격에 맞닥뜨렸을 때와 유사하다. 최저임금의 절대적 금액이 높아진 탓에 인상률 확대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역대 3번째로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오전 5시30분쯤 13시간여 회의 끝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을 확정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인상률 2.9%는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9년도(2.7%)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닥친 2010년도(2.8%)에 이어 3번째로 낮은 수치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내년부터 월급이 5만원가량 인상되는 효과가 난다. 최저임금 시급에 주휴시간을 포함한 근로시간 209시간을 곱하면 월급에 해당하는 월 환산액이 나온다.
작년에서 올해로 넘어오면서는 이러한 저임금 노동자 월급이 약 17만원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 저임금자 월급 인상 효과가 크게 반감된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인상을 두고 ‘실질적인 삭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어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의 실질적 삭감에 머무르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며 “최소한의 기대조차 짓밟힌 분노한 저임금 노동자와 함께 노동개악 분쇄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노동계에서는 지난해 이뤄진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크게 줄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 법 개정 탓에 그러한 효과는 상쇄됐다고 주장한다.
해당 주장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문 정부의 공약 파기 확정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확실시된다.
문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려면 남은 2년간 약 8%의 인상률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안에서 ‘속도조절’ 기류가 이미 자리잡은 터라 지난 번과 같은 인상률을 회복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민주노총은 “더욱 거센 투쟁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문 정부의 노동존중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구호가 됐다”고 비판했다.
(세종=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