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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2.9% 확실한 속도조절…추가 감속 ‘차등화’ 여부 주목

입력 | 2019-07-12 09:52:00

소상공인 숙원 차등화 다룰 '제도개선위' 설치 검토할 듯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2.87%로 결정한 것은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그동안 거론해온 속도조절론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큰폭 인상으로 인한 부담까지 지기엔 너무 힘들다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제 추가적인 최저임금 속도조절 조치인 차등적용 방안 마련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가 끝낸 뒤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8350원) 보다 2.87%(240원) 인상하는 8590원 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의결한 2010년 적용 최저임금(2.75%)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10.9%)과 비교하면 8%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크게 못 미친다. 박근혜 정부 임기 때 최저임금위원회는 7.2~8.1%(평균 7.4%)비율로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속도조절론에 나선 이유는 경제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 중반까지 떨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5%에서 2.0%로 하향조정했다.

또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기업들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5.4%(2017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5.5%보다 훨씬 높다. 이 때문에 그동안 소상공인의 부담이 집중적으로 조명되면서 최저임금은 경제상황 악화의 원흉으로 몰렸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어려운 경제·사회적 여건에 대한 우리 자신의 정직한 성찰의 결과라고 본다”며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게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년간 최저임금이 29.1%나 급격하게 오른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올해 인상률이 낮다고만 볼 것이 아니다. 지난 3년간 인상률을 평균하면 9.9%기 때문에 추세를 합쳐서 이해해야 한다”면서 “최저임금 덩어리가 많이 커졌다. 예전에는 야구공이었는데 지금은 농구공이다. 이런 실상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불안한 내외부 경제 여건도 이번 인상률을 결정하는 데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승순 상임위원은 “IMF 때는 금융파트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실물파트가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무역마찰이나 최근 일본의 (무역제재) 부분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얘기가 많아 그런 부분들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적인 속도조절 조치가 잇따를지도 주목된다.

소상공인업계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 2명은 줄기차게 최저임금 업종별·규모별 차등적용을 요구해왔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현행법 내에서 가능하지만 규모별 차등적용은 법개정을 해야 한다.

임승순 상임위원은 “소상공인들이 요구하는 부분도 제도개선에 대한 부분이니까 위원회를 설치하고 거기서 원하는 것에 대해 논의를 하는 구조로 가져갈 것”이라며 “올해 내에 위원회 논의를 거쳐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설치 할지 말지 검토하고 전원회의에서 동의한다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정성·전문성 확보를 위해 추진해 온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도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의 실질적 삭감에 머무르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며 “이미 국회에는 최저임금제 개악이 예정돼 있다. 민주노총은 최소한의 기대조차 짓밟힌 분노한 저임금 노동자와 함께 노동개악 분쇄를 위해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