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최근경제동향(그린북)' 7월호 발간 넉달째 '부진' 언급은 그린북 발표 이후 두 번째 대외여건, '불확실성'→'악화'로 표현 수위 높여 "美中 무역협상 불확실성 상존…반도체 부진 지속" "'日수출규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추경, 신속 준비"
정부가 주요 실물 지표 중 수출·투자 등과 관련해 넉달째 “부진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12일 펴낸 ‘최근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 “소비의 완만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출 및 투자의 부진한 흐름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매월 발간되는 그린북은 우리 경제 흐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공식적으로 보여준다.
그린북에서 ‘부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건 4월호부터다. 이번까지 4개월 연속으로 부진 진단이 나온 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이후 처음이다.
기재부는 이 같은 진단의 배경으로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글로벌 제조업 경기 등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지속 등으로 대외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에는 대외여건에 대해 ‘악화’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달까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라고만 표현했던 데에서 한 층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일본이 발표한 수출규제가 새롭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내외 여러 기관들은 이번 수출규제를 근거로 우리 경제성장률를 추가로 하향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수출규제 조치가 향후 전개될 시나리오가 워낙 다양해 현시점에서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본 수출규제건이 (성장률에) 리스크로 어느 정도 작용할지 철저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북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수출의 경우 지난달 수출액 잠정치가 1년 전보다 13.5% 감소한 44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20억5000만달러로 역시 전년 대비 13.5% 쪼그라들었다. 반도체(-25.5%)뿐 아니라 컴퓨터(-43.6%), 석유화학(-24.5%), 석유제품(-24.2%), 일반기계(-3.8%) 등 품목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재부는 “시장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가격 조정, 중국 등 세계경제 둔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에 전년 동월 동분기 대비 17.4%나 감소했던 설비투자는 4월엔 4.6% 증가했다가 5월 다시 8.2% 감소로 전환했다. 이 기간 건설투자 역시 -0.3% 감소하며 부진 흐름을 이어갔다.
기재부는 수출·투자와 달리 생산에 대해선 ‘부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3~4월까지 전(全)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연속 증가하는 등 안정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5월달에는 다시 0.5% 감소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생산은 0.1% 소폭 증가했지만 광공업 생산이 1.7% 감소하면서다. 특히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비율)이 전월 대비 2.6%포인트(p) 오르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1.7%p 내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고용 상황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만1000명 증가했고 고용률(15~64세)도 0.2%p 상승하는 등 긍정적 모습이 일부 나타났다. 반면 실업률도 같은 기간 0.3%p 상승한 4.0%를 나타냈다.
물가는 0%대 낮은 상승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
홍 과장은 저물가와 관련, “정책적 요인도 있고 우리 내부 수요가 약한 요인도 있다”며 “(상황이) 괜찮다고 진단하는 건 아니지만 디플레이션으로 정의할 단계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