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정부 제출 78일 만에 심사 스타트 日 경제보복 관련 정부 대응 놓고도 공방
6조7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를 놓고 여야가 출발선에서부터 강하게 부딪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2일 첫 전체회의를 열어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추경안에 대한 심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지난 4월25일 추경안을 국회에 접수한지 78일 만에 추경 심사의 스타트를 끊은 것이다.
본격적인 추경안 심사에 앞서 기존 3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윤후덕·자유한국당 이종배·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을 간사로 재선임한 여야는 간사 인사말에서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반면 한국당 간사인 이 의원은 “이번 추경은 빚을 내서 재원을 마련하는 적자국채 예산이다. 현 정부가 재정만능주의나 재정중독에 빠진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다”며 “우리 당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지우는 국채 발행의 예산편성은 원칙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해추경이라고 하지만 강원산불과 포항지진 피해주민에 대한 실질적 지원 대책이 너무 부실하고 경기부양용 예산이 67%나 되는데 과연 효과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며 “내용면에서도 ‘단기 일자리 꼼수’ 사업이나 ‘총선용 퍼주기’ 사업, 정권홍보 사업 등 불요불급한 사례가 다수 있는데 현미경 검증을 통해 반드시 삭감해서 민생용 추경으로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지 의원은 “예결위에 출석해야 할 기관장들이 국무총리를 포함해 23명인데 어제까지 전체의 74%에 해당하는 17명의 기관장이 이런저런 사유로 전체적이든 일시적이든 불출석 사유를 제출했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총리가 누차 추경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말씀했다고 야당에 추경심사를 강하게 요구해왔는데 정작 심의가 시작되자 이런 진풍경이 연출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 의원은 “각종 외부행사 참석에 심지어는 언론 인터뷰를 이유로 상임위 심사장을 비운다는 의견들도 있었기 때문에 매우 당혹스러웠다”며 “문 대통령께서 진정한 리더십을 보인다면 행사보다는 국가적으로 시급한 추경 심사에 국무위원들이 모두 가서 임해달라는 말씀을 해주시는 게 옳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강원산불, 포항지진이 (추경에) 포함돼 있고 미세먼지는 이민을 가고 싶다는 국민이 속출할 정도의 재난이기 때문에 재해 추경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며 “민간 투자 활력이 급속도로 저하되고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경기둔화로 인해 수출 감소세도 계속돼 이 정도면 (경기대응 추경 요건에 해당하는) 경기침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계속된 국회파행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얘기가 많은데 이제 실버타임이라도 지켜야 할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은 “과거 우리나라는 경제 위기나 심각한 침체에 접했을 때마다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오면서 위기를 돌파했다”며 “외환위기 때 국가채무비율은 3.9%p, 금융위기 때는 3.2%p 늘어난 바 있다. 그러니까 재정을 풀어서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라고 추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재원을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는 것을 이유로 야당이 추경을 반대하는 데 대해서는 “3조6000억원의 국채발행을 갖고 마치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발행하는 것처럼 국민들이 잘못 알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 때도 22조원을 발행했고 박근혜 정부는 메르스 사태 때 2조9000억원을 발행했다. 지난 정부와 비교해 최소한의 국채 발행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한국당 박완수 의원은 ”6조7000억원 중 63%인 4조2000억원이 현 정부 추경 때마다 나온 재탕삼탕 사업이다. 단골메뉴처럼 그냥 습관적으로 편성한 것“이라며 ”법적 근거도 없이 무리하게 편성하다 보니까 여당은 부랴부랴 근거 법령을 만들기 위해 개정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추경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용기 의원은 정부와 여당이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대응을 위한 예산을 추경에 새로 포함키로 한 것과 관련해 ”총리는 그저께(10일) 국회 답변을 통해 1200억원 추경 증가를 말씀하셨다. 하루 지나고나니 여당에서 3000억원 추경 확대를 이야기한다“며 ”국민들의 돈을 얼마나 가볍게 여겨서 주먹구구로 예산편성을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염동열 의원도 ”근본적으로 경제 구조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속병 때문에 피부나 얼굴에 트러블이 많은 사람이 이를 치료하지 않고 화장품이나 연고를 바른다는 것은 실제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나무 밑동은 꺾여가고 있는데 줄기나 꽃은 조화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여영국 의원도 ”이번 추경을 살펴보면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역시 이번에도 경기부양책이 과거 토건 중심으로 가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방식으로 매년 관행적으로 되풀이되는 추경이 아닌가 싶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여야는 추경안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일본의 경제보복 관련 정부 대응을 놓고도 충돌했다.
한국당 윤상직 의원은 ”(기업들은) 지금 당장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데 정부는 (뒤늦게) 1조원 R&D(연구개발)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부품·소재 중소기업에 관심이 없어서 우리나라 부품·소재 산업이 발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수십조원을 버는 대기업들이 아직까지 1조원이 없어서 일본 부품·소재 기업에 의존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기업들은 속이 터진다. 정부 생각이 정말 심하게 안이하다“며 ”우리 경제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 수 있는 길은 지금 빨리 일본과 타협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야당의 (정부에 대한) 비난을 볼 때 학교폭력 피해자를 앞에 두고 맞을 만한 일을 한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일본의 행동에 대한 비판보다 오히려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이 앞서나가는데 어느 나라 언론인과 어느 나라 정치인들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남북미 간에 이뤄지고 있는 평화 공조로 인해 북핵도 동결되고 있고 미사일 실험도 추가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군사 대국화를 원하고 헌법을 개정하기를 원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새로운 외부의 적을 필요로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래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경제적 전쟁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