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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감당하기 어려운 불행, 시험의 과정이라고요?

입력 | 2019-07-13 03:00:00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케이트 보울러 지음·이지혜 옮김/212쪽·1만2800원·포이에마




삶은 예상치 못한 행복과 불행의 쌍곡선이다. 얄팍한 우리는 감당하기 버거운 불행이 닥칠 때면 이렇게 묻는다. “하필 왜 나야?” 이 책은 그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미국 듀크대 신학대학원에서 북미 기독교의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교수라는 안정적인 자리를 얻고 난임을 거쳐 귀여운 아들을 낳은 지 얼마 안 된 서른다섯의 여성이다. 탄탄대로만 남은 것처럼 보였던 순간 결장암 4기 판정을 받고 신의 시험대에 선다.

“하나님이 방법을 찾아주실 것이라 믿었다”던 그는 “이제 더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주위 사람들은 “이 시험은 당신을 더 강하게 만들 거예요”라고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고백한다. ‘축복받은 삶’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번영 신학(물질적 풍요가 하나님의 뜻이며 신앙이 자신의 부를 늘린다고 믿는 것)이 만든 극단적이고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꼬집는다. 그리고 신과 신을 믿는 사람들을 연구하는 본업으로 돌아가 ‘모든 역경은 성품을 시험하는 과정’이라 믿는 미국인의 신념을 이해하려고 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죽음’을 다룬 에세이는 필연적으로 무겁고 우울할 수밖에 없지만 유머러스하고 솔직한 저자의 성품은 순간순간 유쾌한 웃음을 전해준다. 저자는 다행스럽게도 가족 곁에 남아 자신에게 주어진 탐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