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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가수반’ 된 김정은, 정상국가로의 길은 비핵화뿐

입력 | 2019-07-13 00:00:00


북한이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한 헌법 전문을 11일 공개했다. 개정 헌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상을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영도자’이자 ‘무력총사령관’으로 규정했다. 기존 헌법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 맡겼던 대외적 국가수반의 지위까지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로 통합해 김정은이 명실상부 국가를 대표하는 최고지도자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의 개정 헌법 공개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특히 실질적 권력과 명목상 얼굴로 나뉘어 있던 국가수반의 법적 지위를 단일화함으로써 김정은이 책임 있게 대외협상에 임하는 한편 향후 평화협정 같은 국제조약에도 서명 당사자로 나서게 됐음을 과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2012년 헌법 개정 때 서문에 포함시킨 ‘핵보유국’ 표현을 그대로 유지했다. 선대(先代) 김정일이 ‘정치사상강국·핵보유국·군사강국으로 전변시켰다’는 내용의 서술인 만큼 비핵화 협상에 직접적 걸림돌이 되지는 않겠지만, 그 대목을 그대로 놔둔 것은 핵보유국 입지를 활용해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한반도 비핵화’라는 핵군축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거듭 확인시켜준 것이다.

개정 헌법에는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부각하는 대목들도 눈에 띈다. 김일성 김정일을 우상화한 ‘민족의 태양’ 같은 표현이 사라지고 ‘대안의 사업체계’ ‘청산리 방법’ 등 과거의 실패한 정책적 유산도 삭제됐다. ‘근로인텔리’를 ‘지식인’으로 바꾸는가 하면 ‘정보화’를 새롭게 끼워 넣었다. 특히 ‘경제건설을 다그쳐나간다’ ‘실리를 보장한다’ 같은 표현과 함께 기업책임관리제 같은 시장경제적 요소를 도입한 경제개혁 조치도 담았다.

북한의 헌법은 최고 규범인 우리 헌법과 달리 노동당 규약, 나아가 수령의 말 한마디보다 아래에 있다. 그런 만큼 북한이 헌법의 일부 대목을 손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상징적 제스처일지라도 외부를 의식한 노력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북한이 ‘정상국가’가 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국제사회의 불량국가로 철저히 고립된 북한으로선 핵 폐기를 통해 경제개발의 기회를 잡는 것밖엔 달리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