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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케이블카 공포의 하강… 펜스에 ‘꽝’

입력 | 2019-07-13 03:00:00

20여 명 태우고 20m 고속질주, 속도 제어 안돼 승강장 펜스 충돌
외국인 관광객 등 7명 부상
사고직후 케이블카 운행중단




12일 오후 7시 15분경 서울 중구 남산 정상에서 내려오던 케이블카가 갑자기 빨라지며 도착 지점의 안전 펜스를 들이받아 펜스가 부서져 있다. 이 사고로 탑승객 7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케이블카는 운행을 중단했다. 독자 제공

서울 남산케이블카가 운행 도중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면서 도착 지점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승강장 안전펜스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케이블카에 타고 있던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7명이 다쳤다.

12일 서울 남대문경찰에서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15분경 중구 남산에서 운행 중이던 케이블카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는 사고가 났다. 케이블카는 남산 꼭대기에 있는 예장동 승강장에서 회현동 승강장으로 내려오던 도중 도착 지점을 20m가량 남겨 두고 속도가 갑자기 빨라졌다. 남산케이블카 운행 구간은 상·하행 각각 605m로 운행 시간은 약 3분이다. 평소 케이블카는 초속 3.2m의 빠르기로 운행해 왔다. 속도가 높아진 케이블카는 회현동 승강장에 도착해서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안전펜스에 충돌하면서 유리창이 깨졌다.

사고 당시 케이블카 안에는 승객 20여 명이 있었다. 이들은 케이블카가 안전펜스와 충돌할 때 대부분 넘어졌다. 이 중 7명이 다쳐 인근의 순천향대병원과 백병원, 서울적십자병원 등으로 옮겨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승객 중에는 필리핀인과 일본인 여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케이블카의 수용 정원은 48명이다.

경찰은 케이블카 속도 제어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운행 제어실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케이블카가 내려올 때 제어실에서 속도를 조절해줘야 하는데 조절 미숙 또는 오작동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조사 과정에서 과실이 드러나면 관련자를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남산케이블카는 사고 직후 운행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직원들은 매표소 앞에서 “오늘은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며 방문객을 돌려보냈다. 정진영 씨(29·여)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왔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왜 운행을 중단한 건지 물어도 직원들은 ‘말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1962년 5월 개통된 남산케이블카는 한국삭도공업이 구청의 관리감독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한국삭도공업은 사고 직후 남산케이블카 홈페이지에 “금일 정기점검으로 인해 케이블카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지를 띄웠다. 사고로 인해 운행을 멈췄다는 설명은 없었다. 남산케이블카는 연간 약 6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한성희 기자 che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