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1곡 완성’ 원데이 클래스에서 연주하는 직장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원데이 클래스 영상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도전하는 이들도 많다. 원더뮤직 제공
짧은 시간을 투자해 효율적으로 새로운 취미를 배우는 ‘원데이 클래스(하루만에 특정 분야를 배우는 수업)’가 뜨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짧게는 2시간부터 길게는 5~6시간 동안 자기계발을 하는 동시에 소소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데이 클래스의 주요 소비층으로 자리 잡은 2030 직장인들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 정기휴가를 이용하기보다는 평일 반차나 주말 시간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KTX, 저가항공 등 교통수단의 발달로 원데이 클래스 생활권은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추세다.
음악에 대한 기초가 없는 사람도 원데이 클래스에서는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다. 시간에 따라 2만 원에서 5만 원까지 가격 부담도 적은 편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피아노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 중인 최보경 씨(28)는 “처음 피아노를 배우는 사람도 손가락마다 번호를 기입해 양손연주가 가능하도록 가르친다”며 “보통 3분이 넘는 곡을 1분 내외로 쉽게 편곡하면 누구든 배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수강생의 90% 이상인 20, 30대 직장인들이 주로 평일에 찾아온다. 갑자기 연주해야 하는 사람보다는 연주하고 싶은 곡을 들고 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서핑 원데이 클래스 초급반 수업에 참여한 직장인들이 ‘지상 교육’ 과정 중 서핑보드 위에서 중심을 잡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제주도 바구스서핑스쿨 제공
지방에 위치한 사찰도 쉽게 갈 수 있게 되면서 당일 체험형 템플스테이를 확대하는 추세다. 사찰 탐방을 비롯해 사찰음식, 108배 교육 등 당일 템플스테이를 운영 중인 통도사(경남 양산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코스의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통도사 관계자는 “경북, 경남권의 젊은층을 비롯해 수도권에서도 직장인들이 하루 동안 사찰을 탐방하고 불교를 공부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라고 설명했다.
원데이 클래스의 종류는 세분화되고 있다. 플라워 케이크 만들기, 캔들 만들기, 캘리그라피 등 기초 지식이 없어도 도전할 수 있는 분야부터 작곡, 디제잉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수업도 많다. ‘원데이 클래스 중독자’라고 밝힌 한 직장인은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매주 ‘도장 깨기’ 하듯 새로운 클래스에 참여하면서 회사에서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현재 취미 애플리케이션 ‘프립(Frip)’과 ‘탈잉(Taling)’에서는 수십 개의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볼 수 있다.
서핑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한 수강생 모습. 서핑오션스 제공
주 52시간 근무제도의 영향으로 평일 중 반차와 자기계발 시간을 장려하는 직장 문화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에서 여가 사용을 장려하는 문화가 정착하면서 직장 밖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찾으려는 풍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