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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우주군 창설 선언… 주요국 우주군사력 대결 본격화

입력 | 2019-07-14 19:23:00


프랑스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기리는 ‘대혁명기념일’을 맞아 ‘우주군’(Space Force) 창설을 선언했다. 이미 우주군을 창설했거나 계획을 밝힌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이어 프랑스까지 합류하면서 주요국의 군사력 대결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군 고위층이 참석한 리셉션에서 “우주 군사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9월에 우주군사령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36억 유로(약 4조8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우주군사령부는 레이더 감시시스템 구축, 첩보위성 위치 추적 등을 담당한다.

‘우주군’이란 말 그대로 우주를 기반으로 한 병력이다. 예를 들어 상대국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현재는 지상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이 대기권에서 상대 미사일을 격추시킨다. 하지만 우주군이 창설되면 위성 등 우주공간에서 발사 단계부터 사전 감지를 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상대 미사일 요격이 쉬워지고 상대국 위성을 파괴해 전투 지역의 각종 정보를 차단시켜 ‘장님 부대’로 만들 수 있다.

미국은 올해 3월 우주군 창설 입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를 주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달 4일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미국은 어느 때보다 강하다. 조만간 ‘우주군’까지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주군 창설에 5년간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를 투입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위성을 통해 중동 페르시아만 미 항공모함, 예멘 상공의 드론, 시리아 상공의 전투기를 보다 정밀하게 운영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순찰하는 미군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도 2015년부터 우주군을 창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지난해에만 위성 39개를 발사했다. 중국은 상대국 인공위성의 센서를 무력화시키는 레이저 시스템을 곧 갖출 것이라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러시아도 냉전 때 창설한 기존 우주군을 2011년에 우주항공방위군으로 강화했다. 영국 BBC는 미 비영리단체 ‘시큐어월드재단’ 연구를 인용해 ”중국과 러시아, 미국은 모두 지구로부터 미사일을 발사해 상대 위성을 직접 요격하는 무기를 시험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주군 경쟁을 반영하듯 지난해 발사된 우주 로켓은 총 128개로, 냉전 시기(1984년)의 129기 이후 가장 많았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 전했다.

우주 패권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미국과 유럽’,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뭉쳐서 경쟁하는 신(新)냉전 구도로 구축될지, 혹은 국가별 독자적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유럽 국가들의 집단 방위조약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가 우주전략 수립에 착수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중국과 경쟁할 미국을 지원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프랑스는 14일 ‘대혁명기념일’을 맞이해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영국, 독일, 스페인 등 9개 유럽국군 장비로 대대적인 퍼레이드를 펼쳤다. 이들 국가들은 안보파트너로 미국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인식 하에 ‘유럽 공동 신속대응군’ 창설을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프랑스 우주군 창설 역시 유럽 중심의 독자적 군사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AFP 통신은 ”프랑스는 미국, 중국, 러시아가 우주 군사 활동에 집중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우주 경쟁에 합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