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의 근거로 제기한 ‘부적절한 사안’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거둬들였다. 일본 측은 12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실무회의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우리 측 질문에 “북한 또는 제3국 반출 문제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사린가스 원료 반출 등 언론에서 제기하는 부분에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얼버무렸다는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수출 규제의 근거로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한국을 거의 ‘테러지원국’ 수준으로 취급하는 무책임한 발언을 일삼아 왔다. 자민당 간사장대행은 “한국에 대량 수출한 에칭가스가 행방이 묘연해졌다. 독가스나 화학무기에 사용될 수 있는 에칭가스의 행선지가 북한일 수 있다”고 했고, 아베 신조 총리도 “한국이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가세했다. 극우 언론까지 나서 각종 설(說)들을 쏟아냈다.
당초 일본은 수출 규제와 관련해 한일 간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가 “무역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안팎의 비판이 잇따르자 말을 바꿨다. 부적절한 수출 관리를 언급하며 북한 반출 의혹을 꺼낸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실제 위반 사례가 있는지 국제기구의 조사를 받자고 제안하고, 미국도 “한미 간 대북제재 이행에 긴밀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을 간접적으로 지원하자 슬그머니 한발 뺀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여전히 “한국 측의 짧은 납기 요청에 따라 수출 관리가 미흡했다”며 다음 달엔 한국을 수출 절차 우대 제도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리며 경제적 힘자랑이나 하는 행태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