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말을 했다’며 동정론이 일고 있는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 그의 비밀 메모를 언론에 유출한 영국 외교부 직원과 이를 보도한 데일리메일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웹사이트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
여러 건의 메모가 유출됐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이 다수 등장합니다. 그러나 그건 극히 일부분입니다. 사실 메모의 상당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내용들입니다. ‘트럼프 시대가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비하라’고 영국 관리들에게 충고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모의 일부분, 특히 자신을 비난한 부분만 보고 화가 뻗쳐 대럭 전 대사를 쫓아낸 거죠. 메모에 담긴 내용을 볼까요.
△Trump could emerge from the flames, battered but intact, like Schwarzenegger in the final scenes of The Terminator.
△Do not write him off.
메모의 결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 ‘Write off’는 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에 자주 볼 수 있었던 단어입니다. ‘빚을 탕감해주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좀 더 일반적으로 ‘제외시키다’ ‘없애버리다’라는 뜻으로 사용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빼버리고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생각할 수 없다’는 겁니다.
△Keep calm and carry on.
이번 사태로 영국의 반(反)트럼프 감정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심기가 불편한 영국에 보내는 미국인들의 위로 메시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진정하고 하던 일을 계속해(Keep calm and carry on).” 유명한 문구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 영국 정부가 국민 사기 진작을 위해 만든 포스터에 등장하는 문구입니다. “너무 열받지 마. 우리는 자주 당하는 일이야.” 미국인들은 영국인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은 겁니다.
정미경 국제부 전문기자 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