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엄마 친구 제일 싫다는 아이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엄마 친구’에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엄마 친구는 엄마의 오래된 친구나 동창이 아니다. 동네에 아이 나이가 비슷한 아줌마들끼리 맺어진 친분 관계다.
엄마 친구들은 아이가 문화센터나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시작돼 초등학교 갈 때까지 관계가 유지된다. 거의 매일 보고, 전화 통화를 한다. 가까이 살다 보니 헬스클럽, 마트, 백화점도 같이 다닌다. 그런데 모여 있다 보면 그 안에서 삐거덕거리는 일도 생긴다. 그러면 한 사람이 나서서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담하고 중재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주 만날 수밖에 없고 상황을 전달하려다 보니 전화 통화를 길게, 자주 하게 된다. 간혹 문제가 생긴 당사자끼리 오해를 풀기 위해서 밤에 모여 맥주 한잔해야 하는 일도 있다.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는 매일 친구들과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커뮤니티가 엄마 자신도 부담스러워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4명의 엄마가 친하게 지내는데 그중 한 아이의 생일이었다고 하자. 그 아이가 괜찮은 장소를 빌려서 생일 파티를 했다. 그러면 나머지 3명도 다음번에 그 아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파티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또 우리는 이번 여름 조용한 곳으로 가족 여행을 가고 싶은데 모두 같이 가자는 여론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가게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엄마 친구를 싫어하는 이유는 또 있다. 엄마 친구의 아이들이 자신과 유치원, 초등학교를 같이 다니다 보니 동네에 자신의 비밀이 없다.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혼난 일도, 시험 성적도 모두 동네 아줌마들 때문에 엄마가 금방 알게 된다. 아이는 자기만의 사생활을 가질 수 없다. 또 엄마는 친구의 아이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한다. 대개 똑같은 나이의 아이가 여럿 있으면 엄마들이 굳이 비교하려는 마음이 없어도 자동으로 비교하게 된다. 물론 이런 비교는 아이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무의미하다. 그래도 매일 그 차이를 보게 되면 엄마는 우리 아이의 조금 부족한 부분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져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아이의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동네 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엄마의 동네 친구는 상부상조의 의미도 있고, 서로 만나 스트레스를 푸는 면도 있기 때문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엄마도 친구가 필요하고, 나름대로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문제는 도를 넘어설 때다. 삶에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해 가족 구성원을 불편하게 하고, 본인도 난처해지는 상황이 생긴다면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아이들은 솔직하다. 아이 입에서 “오늘도 또야?”라는 소리가 나오면 그건 지나친 것으로 봐도 된다. 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모두 계산해봐서 그 시간이 남편 또는 아이와 있는 시간보다 많으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때 아이를 데리고 친구를 만나는 시간은 아이와 있는 시간으로 계산하면 안 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