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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3법’ 반년 넘게 국회서 ‘낮잠’…갈 길 먼 ‘데이터 경제’

입력 | 2019-07-16 07:09:00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날씨정보 업체를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흔히 ‘21세기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기존의 데이터 용량을 넘어서는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말한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데이터량은 지난 2016년 16제타바이트(ZB)에서 2025년 180ZB로 10배 이상 늘고, 이를 활용한 인공지능(AI)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을 매년 1.2%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데이터가 ‘부’(富)를 낳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는 단순히 대용량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정제해낼 능력이 있느냐에 따라 산업 경쟁력이 좌우될 전망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같이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탄생한 플랫폼 기업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업들의 공통점은 데이터 활용에 능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바일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접점으로 고객의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통해 학습시킨 AI로 기존 전통 사업자들보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데이터 활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중국에선 ‘유니콘’(자산가치 1조원 이상 기업) 기업이 3.5일에 하나꼴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중 70~80%는 데이터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기업가치 1476억달러(약 175조원)의 중국 최대 유니콘이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에는 5억명의 이용자가 사용하는 결제정보가 매초 2000건씩 쌓인다. 이들은 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가맹 업체에 제공해 더 많은 거래가 일어나도록 만든다.

◇빅데이터 만난 인공지능, 국가 산업 경쟁력 좌우한다

박일평 LG전자 사장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News1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기존 산업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현재 제조 분야에선 AI가 불량품 이미지를 학습하고 데이터화해 불량을 판정하는 ‘딥러닝 비전검사’로 99.98%의 정확도로 불량을 판별한다. 서비스 분야에선 고객 행동이나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 보다 정교한 맞춤형 마케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AI로 입사지원서를 분석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거나 지능형 ‘챗봇’이 고객 상담이나 비서 업무를 대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앞으론 모든 사물이 서로 지능을 갖고 연결돼 사람의 개입없이 서로 알아서 데이터를 주고 받아 처리하는 수준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계산대는 물론 판매원도 없는 무인점포 ‘아마존 고’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매장에선 사람이 물건을 들고 나오는 과정을 수백여대의 카메라와 AI 센서가 분석해 구매한 물품을 전용 앱 장바구니에 담고, 점포를 나서면 앱에 연동한 신용카드에서 대금을 자동으로 결제된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데이터·AI 경제 흐름에 한발 뒤처져 갈길이 바쁜 상황이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에 있어 한국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56위에 불과할 정도로 관련한 기술, 전문인력, 인프라가 모두 취약한 상황이다. 글로벌 100대 빅데이터 기술혁신 기업 중에 국내 기업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국내 전체 사업체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 수준에 그치고 있다. AI 기술력도 선도국인 미국 대비 7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강력한 개인정보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부는 그동안 ‘보호’에 치우쳐있던 데이터 관련 규제를 풀어 ‘활용’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관련 법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국회가 요지부동이다.

◇개인정보 활용 첫 단추 ‘데이터 3법’ 통과 지연에 기업 ‘울상’

김정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이 데이터·AI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News1

지난해 유럽연합(EU)는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시행하며 EU 시민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개인정보를 ‘가명정보’와 ‘익명정보’로 분리해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과학적 연구에는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을 담아 지난해 11월 국회에 발의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기업이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추가 정보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정보를 신제품·신기술 개발이나 통계작성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여러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해 보다 가치있는 빅데이터로 만드는 일도 가능해진다.

정부의 데이터 규제 완화 의지를 믿고 투자를 시작한 기업들은 국회만 바라보고 있지만, 총선이 가까워 오면서 데이터 3법의 통과 여부는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경제 실현의 첫 단추를 끼울 법안이 통과가 되지 않고 있어 아쉬운 상황”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처리를 못하고 총선 이후로 넘어가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