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데이터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날씨정보 업체를 둘러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전 세계에 유통되는 데이터량은 지난 2016년 16제타바이트(ZB)에서 2025년 180ZB로 10배 이상 늘고, 이를 활용한 인공지능(AI)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을 매년 1.2% 상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데이터가 ‘부’(富)를 낳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는 단순히 대용량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가치있는 정보를 정제해낼 능력이 있느냐에 따라 산업 경쟁력이 좌우될 전망이다.
데이터 활용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중국에선 ‘유니콘’(자산가치 1조원 이상 기업) 기업이 3.5일에 하나꼴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들 중 70~80%는 데이터에 기반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은 기업가치 1476억달러(약 175조원)의 중국 최대 유니콘이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에는 5억명의 이용자가 사용하는 결제정보가 매초 2000건씩 쌓인다. 이들은 이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가맹 업체에 제공해 더 많은 거래가 일어나도록 만든다.
◇빅데이터 만난 인공지능, 국가 산업 경쟁력 좌우한다
박일평 LG전자 사장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개막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News1
우리나라는 이 같은 데이터·AI 경제 흐름에 한발 뒤처져 갈길이 바쁜 상황이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 따르면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에 있어 한국은 조사 대상 63개국 중 56위에 불과할 정도로 관련한 기술, 전문인력, 인프라가 모두 취약한 상황이다. 글로벌 100대 빅데이터 기술혁신 기업 중에 국내 기업은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국내 전체 사업체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 수준에 그치고 있다. AI 기술력도 선도국인 미국 대비 7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기업의 데이터 활용을 불법으로 몰아가는 강력한 개인정보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정부는 그동안 ‘보호’에 치우쳐있던 데이터 관련 규제를 풀어 ‘활용’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관련 법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국회가 요지부동이다.
◇개인정보 활용 첫 단추 ‘데이터 3법’ 통과 지연에 기업 ‘울상’
김정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융합정책관이 데이터·AI 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News1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이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추가 정보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정보를 신제품·신기술 개발이나 통계작성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고, 여러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결합해 보다 가치있는 빅데이터로 만드는 일도 가능해진다.
정부의 데이터 규제 완화 의지를 믿고 투자를 시작한 기업들은 국회만 바라보고 있지만, 총선이 가까워 오면서 데이터 3법의 통과 여부는 점점 더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경제 실현의 첫 단추를 끼울 법안이 통과가 되지 않고 있어 아쉬운 상황”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처리를 못하고 총선 이후로 넘어가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