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우리는 부자가 될 수 있을까. 17일 오후 9시 반 첫 방영되는 채널A ‘리와인드: 시간을 달리는 게임’은 이수호 PD의 말을 빌리자면, “누구나 한번쯤 해봤던 상상을 현실로 만든 예능”이다.
박명수, 김종국, 하하를 필두로 나뉜 세 팀은 과거 특정 시기의 사회, 문화, 경제 이슈와 관련된 사업에 투자하게 된다. 이를 현재 가치로 환산해 과거 가치와의 차액을 포인트로 적립해 가장 많은 누적 포인트를 획득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타임슬립(시간여행) 투자 예능인 셈이다.
출연자들은 1990년대 서울 각지의 유망한 아파트에 투자하거나, 지금은 ‘명반’이 된 음반 제작에 뛰어들 수도 있다. 투자 과정에서는 “그땐 그랬지”라며 무릎을 탁 치는, 수십 년 전 출연자 개개인의 다채로운 기억, 경험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직접 경험했던 익숙한 과거이기에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선명하거나 단편적이지 않다. 첫 회를 살짝 엿보는 스포일러를 하자면, 출연자들은 몸풀이 게임격인 ‘종잣돈 모의고사’에서 1999년 KBS ‘개그콘서트’의 유행어, 최저시급을 묻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물론 투자도 단순한 ‘찍기’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 과정은 모두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 한다. 세 팀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신문, 방송, 출판 등 동아미디어그룹의 축적된 자료들을 참고했다. 제작진이 깔아놓은 판에서 출연자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온갖 상식, 잔머리, 촉을 동원한다. 때론 협박, 눈속임, 멱살잡이 등 편법(?)도 활용했다고 한다.
‘리와인드’의 큰 축을 담당하는 팀장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집합체다. “인생은 한 방”이라며 ‘투자 1인자’를 꿈꾸는 박명수는 지나치게 현실적이면서도 치밀하다. 저축 제일주의를 외치는 ‘소비 철벽남’ 김종국은 팀원들의 이야기를 적극 수용하는 포용력을 지녔다. 하하는 안목보다는 촉을 믿는, 우리가 알던 낙천적이고 순수한 그 모습 그대로다. “전설의 ‘하명국’을 재소환해 놀아보자던 계획이 맞아 떨어졌다”는 이 PD의 말처럼, 셋은 SBS 예능 ‘X맨 일요일이 좋다’(2006년) 이후 오랜 만에 한 프로그램에서 ‘케미’를 선보이게 됐다.
이지혜, 뮤지, 양세찬, 박경, 김하온, 에이프릴 진솔 등 팀원 구성도 신구 조화를 맞췄다.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을 바라보는 2000년대생 김하온, 진솔의 시각도 흥미롭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전달하고 투자를 이끄는 역할은 MC 김성주의 몫이다. 그는 출연자들에게 수십 년 전 뉴스를 전달하며 방송경력 19년 만에 첫 앵커 자리를 차지(?)하는 감격을 누렸다. 김 씨는 “과거를 소재로 하지만 시청자들이 미래에 있을 선택의 기로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출연자의 선택을 보며 시청자 스스로도 어떤 결정을 할지 생각해본다면 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