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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의료사고 마찰로 9개월째 천막농성 벌이는 환자가족

입력 | 2019-07-17 03:00:00


창원경상대병원 입구에서 동생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하며 장기 농성 중인 이미경 씨는 “병원 측이 성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의료사고 후유증으로 환자와 환자 가족의 고통은 말할 수 없습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삼정자로 국립 경상대의 창원경상대병원(원장 박형빈) 정문에서 ‘의료사고 배상’을 요구하며 9개월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미경 씨(51·회사원). 그는 16일 “의료사고 피해자인 남동생(50·개인택시 운전사)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병원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당뇨, 췌장염 등을 앓았던 동생은 지난해 5월 17일 이 병원에 입원해 부신(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샘)에 붙은 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 병원 측은 “복강경으로 진행하는 간단한 수술이며, 수술은 잘됐다”고 설명했다. 이틀 뒤 퇴원한 동생은 극심한 통증으로 창원의 다른 종합병원에서 검진을 했고 췌장이 손상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결국 지난해 6월 5일 창원경상대병원에 재입원한 동생은 부신 혹 수술과 함께 손상된 췌장을 봉합하는 큰 수술을 마쳤다. 병원에서 한 달쯤 지난 뒤 동생은 폐렴이 생기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다 음식 이물질 시비까지 생기면서 병원과 갈등도 깊어졌다. 병원 측은 지난해 8월 30일 진료비(약 500만 원)를 계산하고 퇴원하라고 통보했다.

이 씨 가족들은 이를 거부한 채 병원 입구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6일엔 이 씨 가족 등 의료사고 피해를 입은 다섯 가족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들은 한동안 병원 주변에 플래카드를 걸고 농성과 집회를 벌였다. 다른 네 가족은 철수해 재판을 진행 중이고 현재는 이 씨 가족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지난달 23일 병원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동생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집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병원은 “주치의 처방을 거부하는 환자에게 (퇴원 이후) 응급실에서 진료받도록 안내했고, 보호자도 동의했다. 병실을 점거하고 있던 보호자를 퇴거시키는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누적된 1년 진료비 정리도 과제다. 병원은 1, 2차 수술비 750만 원을 포함해 모두 1억250만 원을 산정했다. 1인실 사용료 비중이 크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 이 씨 가족들은 병원에 “의료사고에 따른 배상, 후유증 치료비, 환자와 보호자 손실 보전 등을 감안해 5억 원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일괄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병원은 “과다한 요구”라며 구체적인 협의는 하지 않았다. 병원장 면담도 한 차례뿐이었다. 병원 관계자는 “의료사고는 인정한다. 췌장은 회복됐고, 배상 문제는 소송 중이므로 법원 판결에 따를 것”이라는 태도다. 국립대 병원 특성상 융통성 발휘에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다.

정의당 여영국 국회의원도 양측 의견을 조율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 의원 측에서는 병원의 소극적 대응에 불만을 나타냈다. 병원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이 씨는 “농성을 계속하면서 민형사상 절차를 밟아 책임자 사과와 배상을 받아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 간부들의 소극적 태도에 환자와 가족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 직원들 스트레스도 엄청나다. 이게 진정한 국립대 병원이냐”고 되물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