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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지구촌 청춘들의 사랑방’ 광주수영 선수촌 속살 엿보기

입력 | 2019-07-17 05:30:00

사진제공|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2019 국제수영연맹(FINA)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간(12~28일), 각국 선수단의 집을 대신할 보금자리는 챔피언십 빌리지(선수촌)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우산동 9만4000여㎡ 부지에 25개동으로 지어진 이곳은 옛 송정주공아파트를 리모델링해 조성됐다. 1660세대 6000여 명(미디어빌리지 포함)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80여 명의 태극전사·낭자들을 포함한 역대 최대규모인 194개국, 선수 2537명의 대다수가 이곳에서 생활한다. 선수들 가운데 극히 일부만 컨디션 조절 등을 이유로 시내 호텔에서 머물다 보니 챔피언십 빌리지는 작은 지구촌으로 바뀐다. “피가 끓는 청춘들이 모인 곳이라 늘 유쾌하고 떠들썩하다”는 것이 대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여느 국제 스포츠 이벤트처럼 수영선수권에서도 훈련 및 경기 등 공식일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선에서 전 세계의 선수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연히 광주수영대회 조직위원회가 경기장 시설과 별개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 챔피언십 빌리지를 조성하는 작업이었다.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에어컨과 냉장고, 전화, 전기포트, 책상과 의자 등 생활 가전제품은 물론 포근한 이부자리를 마련했다. 올림픽 때마다 등장하는 무료 콘돔도 각동 1층 출입구에 비치되지만 아직까지는 사용 규모가 파악되지 않았다.

각국 선수단이 소통하고 담소를 나누며 긴장을 풀 수 있는 편의시설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단지 내 카페와 편의점, 은행, 피트니스센터, 우체국, 세탁시설, 미용실도 부족해 네일아트숍까지 들어섰다. 물에선 성난 투사가 되나 밖에선 외모 가꾸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젊은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지사.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체험장과 컴퓨터 게임 룸, 탁구·당구장도 선수들이 즐겨 찾는 구역이다. 선수촌 국기광장에서는 매일 오후 5시부터 늦은 밤까지 한국과 광주를 알리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려 선수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24시간 운영되는 의료센터도 있다. 스포츠 의학과 내과, 치과, 안과 전문의들이 상주하며 선수들을 돌본다. 물리치료실과 방사선실, 한의실도 있어 이곳저곳 몸이 아픈 선수들에게 넓은 선택의 폭이 주어진다. 성공 대회의 기본은 안전, 또 안전이다.

식단도 알차게 구성했다. 하루 10여 톤이 넘는 신선한 육류와 채소, 생선을 사용한 영양만점의 다양한 메뉴가 각국 선수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는다. 무슬림 신자들을 위해 도축에 신경을 쓴 할랄 메뉴도 항상 제공되고, 모든 메뉴의 매 끼니 원가만 2만 원에 달한다는 후문이다.

최종삼 선수촌장은 “잘 먹고, 잘 쉬어야 최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모두가 함께하는 대회다. 경쟁은 경기장에서만 이뤄진다. 모쪼록 선수단이 행복한 기억과 추억만을 가슴에 안고 떠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광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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