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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Special Report]판매처 쑥쑥… 관리비 뚝뚝… 동대문을 주름잡다

입력 | 2019-07-17 03:00:00

의류 도-소매 중개 플랫폼 ‘링크샵스’의 성공비결




링크샵스 사입팀원이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에서 소매상이 주문한 제품을 찾고 있다. 링크샵스 제공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은 모두가 잠든 자정부터 절정을 달린다. APM, 유어스 등 대부분의 도매상가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8시까지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낮에 장사를 하는 소매상을 고려한 것이다. 그런데 옷가게 소매상들이 밤마다 물건을 사러 동대문에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수고비를 주고 구매를 위탁하는데, 옷을 대신 구입해 소매상에게 전달하는 사람들을 ‘사입(仕入)삼촌’이라 부른다.

이러한 위탁 비용을 줄이고자 2000년대 중반부터 일부 대기업이 동대문시장의 온라인화를 추진했지만, 도매상들이 소극적으로 반응해 실패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동대문 도매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온라인 거래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도 두 손 두 발 들고 나온 동대문 도매시장을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옮기는 데 성공한 ‘작은 거인’. 바로 의류 도·소매(B2B) 중개 플랫폼 ‘링크샵스(LinkShops)’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76호(2019년 7월1호)에 게재된 링크샵스의 성장 전략을 요약, 소개한다.

○ 동대문시장을 온라인에 담다


2012년 7월 문을 연 이 업체는 동대문 의류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온라인 중개 플랫폼이다. 도매상이 링크샵스 애플리케이션과 웹사이트에 옷 사진과 수치, 가격 등의 정보를 올리면 소매상이 제품을 골라 구입할 수 있다. 링크샵스는 수수료를 받고 결제 중개, 구매 대행, 배송 등 거래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오프라인 위주였던 동대문시장의 도·소매 거래에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해 정산과 관리를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동대문 의류 도매상 2만 곳 중 1만 곳 이상이 링크샵스에 가입돼 있으며, 100만 개의 의류 상품이 링크샵스의 앱과 웹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링크샵스는 동대문 도매시장을 어떤 전략으로 공략했기에 국내 최대 의류 도·소매 중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는 “의류 소매상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통점)’를 하나하나 찾아내 이를 해결해준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 소매상들이 토로했던 가장 큰 불편함은 물건 자체를 제때 공수하는 일이었다. 낮에는 옷을 팔고 밤에는 수십∼수백 곳에 달하는 도매상을 방문해 판매할 물건을 일일이 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샘플을 구하는 것도 골칫거리였다. 소매상들은 상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기 전, 고객들의 반응을 보기 위해 일단 소량만 사보려고 한다. 그런데 도매상들은 기존에 여러 번 거래를 해온 단골을 제외하곤 낱장 판매를 극도로 꺼렸다. 개인 고객과 구별하기 위한 도매상들만의 암묵적 합의였다.

서 대표는 “옷가게가 잘되려면 일단 구색이 다양해야 하는데, 한 제품만 많이 사 놓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소매상에게 낱장 구매는 사업 성공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세금계산서도 큰 골칫거리였다. 소매상은 지출 내역을 증명하기 위해 매달 간이영수증을 모아 세무 처리를 하는데 여기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 소매상 맞춤형 서비스로 초고속 성장


링크샵스는 막 온라인 쇼핑몰을 시작한 사업자들이 동대문 시장의 거래 방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링크샵스 제공

링크샵스는 영업팀, 사입팀, 회계팀, 개발팀, 디자인팀 등을 꾸린 뒤 대형 소매상들부터 섭외했다. 현금뿐만 아니라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세금계산서를 종이 한 장만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거래 전 과정을 링크샵스가 책임진다는 것도 어필했다. 서 대표는 “수수료를 갑자기 올려 달라고 한다거나 배송 사고를 일으키는 사입삼촌이 많아서 온라인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소매상들이 이미 많았다”고 말했다.

소매상들을 설득하면서 서비스의 완성도도 높여 나갔다. ‘단골 브랜드’ 기능부터 만들었다. 웹과 앱에 단골 브랜드 메뉴를 클릭하면 소매상이 주로 거래하는 도매상들의 제품을 한눈에 바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소매상의 제품 검색 및 주문 시간을 줄여주면서 편의를 도모한 것이다. 소매상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낱장 판매’도 가능하게 했다. 옷을 단 한 벌도 구입할 수 있게 해 소매상이 다양한 샘플 제품을 구매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체크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은 소매상이 주문, 배송과 관련된 정보를 즉각 확인할 수 있게 한 ‘실시간 확인 서비스’였다. 사입삼촌에게 주문을 맡기면 소매상은 이들이 도매상에서 제대로 제품을 수령했는지, 수량은 맞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링크샵스는 앱과 웹을 통해 배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부족한 제품은 언제 받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 “동대문 클러스터, 해외에 전파할 것”


다수의 소매상을 확보한 링크샵스는 좀 더 많은 도매상을 플랫폼에 ‘탑승’시키려 더욱 노력했다. 특히 이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소매상에게 제품이 노출돼 판로가 대폭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링크샵스의 설득에 도매상들이 늘기 시작했고 매출로 입점 효과가 확인되면서 입소문이 났다. 한 도매상은 2016년 11월, 링크샵스에 가입한 이후 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억 원가량 증가했다. 거래처 역시 3000곳이나 늘었다.

플랫폼의 양 축을 이루는 소매상과 도매상의 가입이 급속도로 늘면서 링크샵스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2016년 30억 원이 채 안 됐던 링크샵스의 월 거래액은 지난해 100억 원을 넘어섰고 올해 5월을 기점으로 220억 원을 돌파했다.

링크샵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해외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동대문 의류 클러스터’를 해외 소매상들과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서 대표는 “동대문시장은 그 어떤 곳보다 ‘신상’이 빨리, 많이 나오는 ‘패션 클러스터’다. 그만큼 저력이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제대로 연결만 해주면 날개를 날 것으로 본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